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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가 뜨는 이유

요즘 이외수 소설가가 뜨고 있는 모양인데, 천진난만하고 자유로운 그를 나도 무척 좋아한다. 요즘은 문인들이 너무 입을 다물고 있어. 옛날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는 애국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언론의 자유가 있는 이 시대에 김지하 시인의 오적 정도는 나와야 되는데, 오적을 보면 얼마나 통쾌하냐. 지금 정치권에서는 제2의 오적이 나올까 봐 언론 통제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건, 아닌걸 아니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네티즌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이런 때에 이외수 씨는 힘든다고 하는 방송을 하면서 몇 마디씩 하는 정치, 사회 풍자가 전파를 통 해퍼 져 나가니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밖에. 문인들이 글을 통해 사회를 바로 보고 비판하는 안목은 없이 책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것..

living note 2009.02.02

낯선 숫자들

눈이 부시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날씨에 기대를 거는 거야. 간밤에 싸락 싸락 눈이 쌓이더니 오늘 아침엔 반사되어 더욱 눈이 부시게 아침이 열리고 집안 가득히 선물처럼 밀려드는 햇살에 한 해 동안 걸러내지 못한 마음에 살균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그때도 그랬어. 새로운 천 년이란 낯선 숫자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두 새로움에 낯설어 한참을 헤매었지. 나 어렸을 땐 1900으로 시작하는 해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낯선 숫자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팔 년이 흘렀는가 싶었더니 또다시 맞이하는 낯선 숫자 2009라는 숫자, 숙제장처럼 등장한 365칸의 네모가 주어지 고정 답이 없는 숙제를 풀라고 한다. 그래, 난 내 방식대로 풀어 보는 거지 뭐, 첫날은 희망이..

living note 2008.12.23

이 시대의 얼굴 상

이 시대의 얼굴상,묘하게 생긴 바위가 이 시대의 일그러진얼굴상으로 비친건 왜일까.동터오는 아침이 버거운 사람들주린 고픔을 달래야 하는 사람들주머니가 두둑해도 무엇을 믿고 먹어야 할지가 고민인 사람들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인 사람들고단한 삶을 물려 주고 싶지 않아역할이 고민인 사람들내 보금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고민인 사람들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어둠에묻히고 싶은 사람들눈감고 귀 막아도 들려오고 보여지는암담한 현실같은 이 시대의 얼굴상이목구비가 다 비뚤어진 이 모습이 성형되는그날이 오길 기원해 본다.

living note 2008.12.08

사계절 그림 넉 장에 놀다 보니...

그림 넉장에 놀다 보니, 빛살 곱고 단풍이 고운 계절, 가을.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아름답게만 떠나지는 않는 것 같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나의 그림 넉장, 이 속에 놀다 보니 청춘은 가고 살갗엔 밭이랑 같은 주름과 더러는 이별의 상처자국도 남는 걸 보면. 봄에는 꽁꽁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까지 열리고 새로운 꽃바람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다가 가을이 되면 쓸쓸해지는 것은 세월의 깊이만큼 인생의 깊이도 기울어 가는 느낌 때문이리라. 아직 한 철이 더 남았건만..... 겨울이야 마음까지도 월동준비를 하고 다음 해는 더 좋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기다림 시간이기에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아직 청춘의 초입 같은데 내 인생의 하늘은 어느새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고 있어, 그렇지만 석양의 ..

living note 2008.10.09

소고기파동과 촛불집회

암담하다. 끝이 안 보인다. 세상은 지금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입구도 출구도 온통 미로 같기만 하다. 구석구석에서 못 믿겠다,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구호로 나타나는데 구호마다 옳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 7080 민주화를 겪으면서 그 혼란한 시기에도 이토록 한 마음을 이룬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촛불을 들고 한마음으로 모였다. 그때는 세상이 어두워 은폐 속에 보도되는 언론매체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밝혀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현장 목소리를 바로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세상이 되었구나 싶다. 이런 세상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왜곡된 주장으로 민심을 바로잡기는 더더욱 역부족이다. 이럴 때는 다수의 여론..

living note 2008.06.10

금선사의 새벽풍경

금선사의 새벽 풍경 간절한 염원으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 문 나서보니 선잠 깬 옥잠화는 새벽이슬 꼭 깨물고 예쁘게 터진 꽃잎 상큼한 향으로 공양을 드리고 경내는 꽃 향으로 취한 듯하다. 젖어드는 새벽안개 옷자락을 적시며 종각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 저 린발을 풀고 있는데 선도산 품 안에 노니는 장뀌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수묵화 같은 경내 풍경에 도취된 마음으로 사방을 눈 속에 넣고 보니 어느새 계곡도 깨어나 물소리 가락 지으며 흘러내리는구나. 새벽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에 눈떠보니 간밤에 성불이라도 한 것처럼 꽉 찬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 하는데 아직도 스님의 하얀 고무신은 범종소리로 새벽을 깨운 힘겨움에 외로워만 보이고 공양간엔 구수한 내음이 시장기를 돋우는구나. * 1993년 철야 신중기도드린 날

living note 2008.05.31

어머니께

어머니의 여생 앞에 어머니, 당신 가슴은 나의 고향이십니다. 뚝딱뚝딱 소우주 다 채워주시던 도깨비방망이 셨습니다. 세월 속에 제행무상 아닌 것 없다지만 80년을 간직하신 고사목이 다 되셔도 자식에겐 아직도 상록수이십니다. 생주이멸의 섭리 앞에 나의 고향은 정녕 허물어질 것인지 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단말마 되어 나에 가슴을 찢어놓는다. 풍전등화 같은 나의 고향이시여! 잠시라도 잠시라도 한 방울의 기름되어 오래오래 타소서. 1993.5.8일 친정어머니 별세하시기 직전에 씀

추억의 공간 2008.05.08

고향 친구와 두 번째 약속

친구들에게`친구` 하면 분야별로 다르기도 하고 갈래가 많지만, 가장 친구다운 것은 역시 유년을 같이 보낸 고향친구인 것 같다. 우리가 일 년 전에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똑같은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젠 우리 모두 여유로울 시간이건만 그런데도 만나면 시간에 쫏기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있는 많은 고향 선후배와 함께 모이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생각돼서 연중행사가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었지만 이번 모임에서 보았 듯이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조촐하지만 대접을 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함께한 시간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아니야 오히려 바쁜 일손 접어두고 우리를 반겨주고 오히려 대접받는 꼴이 되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

living note 2008.04.28

저항 없는 테러

나는 꽃피우고 싶다.나는 잎 피우고  싶다. 긴 잠에서 깨어 이제 겨우 눈뜨고 목을 축이는데어디선가 공포스러운 발자국 소리,험상굳은 얼굴, 그로데스크 한 연장을 휘두르며다가오는 저 소리는 테러의 전조증이다. 나는 저항할 수 가 없다.아닐 거야, 저이는 깊은 수면 중에 헝클어진내 머리를 정리해 줄 이발사 일 거야.혹시 돌팔이 정형외과 의사면 어쩌지? 가끔은 어깨너머로 배운 이발실력으로내 친구들의 머리를 망쳐놓아 칠득이를 만들어 놓더니,그나마 그 정도면 양호하지~~어떤 이는 낙재생 정형외과 전공자인지낙재한 실력으로 내 맘과는 상관없이함부로 팔다리를 다 잘라놓고 낙재한 엉터리 실력이남의 탓 인양 분풀이를 해대고 있다. 나는 늦가을이 제일 좋다.벌레 먹다 남은 볼폼없는 성가신 잎들을 다 떨 거 내고홀연히 깊이 ..

living note 200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