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친구` 하면 분야별로 다르기도 하고 갈래가 많지만, 가장 친구다운 것은 역시 유년을 같이 보낸 고향친구인 것 같다. 우리가 일 년 전에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똑같은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젠 우리 모두 여유로울 시간이건만 그런데도 만나면 시간에 쫏기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있는 많은 고향 선후배와 함께 모이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생각돼서 연중행사가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었지만 이번 모임에서 보았 듯이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조촐하지만 대접을 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함께한 시간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아니야 오히려 바쁜 일손 접어두고 우리를 반겨주고 오히려 대접받는 꼴이 되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어. 이번에 느꼈어. 우리끼리 모여 수다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의미 깊은 일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세월 말이야, 그냥 흐르기만 할 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는데 무서운 것이 세월 이더라. 많이 모이신 어른들 중에 우리 어머니 친구분이 단 한 분이 계셨지. 나머지는 어머니 당시 어른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그분들이 다 동네 어른이 되셨어.
친구들아, 이렇게 좋은 계절에 만나서 실내에만 있다가 온 시간이 너무 아쉬웠어. 지난번처럼 한 바뀌 돌아볼 시간조차 안 되었던 것이 내내 미련에 남는구나. 다음엔 좀 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보자. 그렇지만 나 때문인 것도 같아 미안했어. 그리고 약속 지켜 주어서 고마웠어. 지난번 만났을 땐 그동안의 세월이 우리들의 모습을 망가뜨린 것 같았지만 이번에 보니까 전혀 아니었어. 옛날 그대로인 것 같아 앞으로도 우리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자.
모두들 밤길 무사히 잘 도착했겠지? 그런데 난 고생 좀 했어 왜냐하면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기차를 탔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군 버스보다 더 이상한 건 그 큰 기차 객실에 나 혼자 서울까지 왔단다. 제천까지는 서너 명이 타고 내렸지만 이후부턴 나 혼자여서 바깥은 캄캄하고 어디쯤 인지도 모르겠고 "날 혼자 태우고 서울까지 데려다주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까지 들더구나. 도착해서는 택시가 멀리 가는 승객만 태우려고 안 태워줘서 또 한참을 힘들었어. 오늘까지 피로했는지 계속 잠만 잔 것 같다.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참 즐거웠어. 내년에는 좀 더 모임의 규모가 커지겠지?
더 발전적인 모임이 될 것을 기대해 보자. 그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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