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저항 없는 테러

반야화 2008. 4. 2. 15:45

 

나는 꽃피우고 싶다.

나는 잎 피우고  싶다.

 

긴 잠에서 깨어 이제 겨우 눈뜨고 목을 축이는데

어디선가 공포스러운 발자국 소리,

험상굳은 얼굴, 그로데스크 한 연장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저 소리는 테러의 전조증이다.

 

나는 저항할 수 가 없다.

아닐 거야, 저이는 깊은 수면 중에 헝클어진

내 머리를 정리해 줄 이발사 일 거야.

혹시 돌팔이 정형외과 의사면 어쩌지?

 

가끔은 어깨너머로 배운 이발실력으로

내 친구들의 머리를 망쳐놓아 칠득이를 만들어 놓더니,

그나마 그 정도면 양호하지~~

어떤 이는 낙재생 정형외과 전공자인지

낙재한 실력으로 내 맘과는 상관없이

함부로 팔다리를 다 잘라놓고 낙재한 엉터리 실력이

남의 탓 인양 분풀이를 해대고 있다.

 

나는 늦가을이 제일 좋다.

벌레 먹다 남은 볼폼없는 성가신 잎들을 다 떨 거 내고

홀연히 깊이 잠들 수 있어서다.

아니야 깊이 잠들  수도 없어

연말이면 인간들이 흥에 겨워 뭣이 그렇게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잔치를 벌이면서 휘황찬란한 전깃불을 켜놓고

원치도 않는 치장을 해 주고 있다.

 

나는 도망도 못 간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다시는 인간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지만, 나는 나무다,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테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굳이 이유를 붙여 나를 폼나게 해 줄려거든 자격증이라도

갖추어라. 무식한 것들이 하루일당 벌려고

나를 병신을 만들고 있다.

 

나는 꽃피우고 싶다

나는 내 맘대로 살고 싶다.

 

                                               ** 가지치기를 당하는 나무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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