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300

숲이주는 행복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여름은 계절의 깔딱 고개다. 무사히 넘어가는 고개 위에도 신선한 즐거움이 있다.먼지 많은 우리나라에서 비 온 후 말끔한 날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그런 오늘 아침 숲으로 들어왔다. 숲길 입새에선 공기가 습해서 천천히 걸으며 혼자 잔소리처럼 바람을 깨운다. "바람아 그만 일어나서 일 좀 해라" 바람이 내 목소리에 늦잠이 깼는지 30분 정도 오르니까. 정말로 바람이 살랑인다. 많이도 필요 없어. 몸에서 나오던 땀이 다시 땀구멍으로 들어갈 만큼만 필요해. 땀에 젖은 몸에 바람이 스미면 마치 레모네이드에 얼음을 넣어 꿀꺽꿀꺽 마시는 느낌처럼 내 몸 땀구멍이 청량음료보다 신선한 바람탄 공기를 시원하게 마셔댄다. 너무 좋다. 내가 살아갈 동내는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어. 적당..

living note 2025.06.14

나의 마음

유시화작가의"당신이 없을때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중에서...."봄날처럼 다정했다가 뼈를 부수는 서리처럼 냉정하고무한허공처럼 넓었다가 토끼굴처럼 속 좁고,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다가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부자유하고,꽃 피는 소리 들릴 만큼 고요했다가 벌집처럼 소란하고목화솜처럼 부드러웠다가 호랑가시나무처럼 날카롭고무슨 일에도 무심했다가 사소한 일에 감정 과잉이고오체투지 수행자처럼 인내심 많았다 극의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초조하고속수무책으로 매혹되었다가 속절없이 환멸에 젖고 민들레 풀씨처럼 놓아주었다가 도깨비바늘처럼 달라붙고살아 있는 모든 것에 가슴 뭉클했다가 반나절 만에 안색을 바꾸고거리의 상점처럼 열려 있다가 봉쇄수도원의 덧문처럼 닫히고새로 핀 분꽃처럼 희망찼다가 구겨진 포장지처럼 근심..

living note 2025.06.12

집안에서 사진찍는재미

딸이 한 달간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 후 빈 집에 부산으로 놀러 온 엄마는 바로 바닷가에 있는 집 거실에서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서 밤에는 커튼을 활짝 열고 실내등을 끈 채 창밖을 본다.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는 광안대교를 보는데 마침 보름달이 점점 광안대교 현의 꼭짓점으로 가고 있어 그 모습을 찍기 위해 기다렸더니 드디어 찍고 싶었던 한 컷을 남길 수 있었다. 저녁 때는 슬리퍼 신고 해변의 젖은 모래 위를 맨발로 걸으며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과 파도소리 들으며 천천히 걷는 시간이 참 좋다.이건 보름 전날 달이 대교와 너무 멀다. 내일은 시간을 잘 맞춰봐야겠다.달이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중인데 저 기둥 꼭짓점에 갈 때까지 기다린다.드디어 짤칵, 보름달과 다리 너무 아름다운 조합이다.수영강, 오늘은..

living note 2025.05.13

밀양 위양지

위양지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저수지다. 위양이란, 양민 즉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저수지 물로는 농사를 지으면서 제방에는 왕버들과 이팝나무를 심어 물속의 완재정과 함께 그림 같은 풍경이 되도록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선경지명이었던 것 같다.저수지 둘레는 약 1킬로미터 정도가 되는데 둘레에는 왕버들이 물 쪽으로 처지면서 온몸에 시멘트 옷을 기워입은 것이 가난한 선비 같은 모습으로 오랜 세월 동안 완재정 한 곳을 지키고 있는 듯해 보인다. 시골로 어떤 풍경을 찾아갈 때 가장 힘든 것이 대중교통편이다. 나올 때는 시간을 맞춰서 놀다가 나오면 되지만 들어갈 때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친구와 둘이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약 20분 걸린 것 같고 요금은 15,000천 원 정도였다. ..

living note 2025.05.13

축제의 계절(광안리 어방축제와 해운대 모레축제)

축제소개, 부산의 대표 봄축제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어촌의 민속을 소재로 한 광안리 어방축제는 조선시대 수영지역에 경상좌수영이 설치되면서 수군과 어민이 협력해서 어업을 권장하고 지도하는 공동작업체인 '어방이라는 소재를 축제로 승화시켜 역사와 전통을 매개로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경상좌수영의 전통 어촌마을과 좌수영어방놀이 등 무형문화재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현하고, 전통을 계승한 현재의 도시형 어촌마을로 해석된 축제를 기획하여 지역주민에게는 우리 지역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주고, 관광객에게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어촌마을 볼거리와 체험으로 광안리어방축제만의 콘텐츠를 통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다 함께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며 매년 5월 초에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living note 2025.05.11

빛나는 오월

빛나는 오월의 아침이 찬란하다.아침해가 내방 창을 노크를 해야 느지막이 일어나던 내가 어젯밤부터 생각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맑음이다 지금 비 내리고 뿌옇던 꽃가루 다 씻겨나간 말간 아침이 어떨지 이미 알기에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가 잠기면 마치 내가 숲의 푸르름에 흡수되어 맑은 공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오래도록 숲의 일부로 앉아 있다.나의 오월은 참 특별하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오월 속에 있고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도 오월 속에 간직되어 있어 오월이 되면 일분일초가 흘러가는 것이 슬픔이 된다. 어느 휴양지에서의 그날, 숙면에서 깨어나 창을 열었을 때의 눈부신 아침과 윤기 흐르는 잎새들의 반짝임이 일던 오월의 아침을 난 얼마나 좋아했던가!! 해마다 오월이 되..

living note 2025.05.02

벚꽃명소를 찾아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니까 몸도 마음도 바쁘다. 어제는 벚꽃명소를 찾아서 남산과 현충원으로 갔는데 절정을 이루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남산은 벚꽃을 보기 위해 몇 번을 찾았지만 너무 늦거나 너무 일러서 제대로 못 봤고, 현충원 수양벚꽃이 가장 좋다는 말만 들었지 보지는 못했는데 올봄에는 하루에 두 곳을 봤다. 이 외에도 수도권의 벚꽃명소가 있지만 매일 나가지 않으면 봄비가 시샘을 해서 꽃잎을 다 떨어뜨리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된다. 해마다 벚꽃이 절정일 때 비가 내렸다. 올봄도 예외 없이 월요일에 비예보가 있는데 아직 봐야 할 곳이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때를 놓치지 않고 보고 싶은 명소는, 서울대공원, 광교호수, 물향기수목원 등이 있는데 기다려주면 좋겠다. 남산으로 가기 위한 길은 많지만 충무로역에서 ..

living note 2025.04.11

문경 돌리네습지와 소야벚꽃길

운달산에서 산사 세 곳을 돌아본 후 시내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잘 알려지지 않은 습지가 있다고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그곳으로 간다. 시내기준으로 서남쪽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이름도 이쁜 돌리네 습지(doline)로 간다. '돌리네'란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녹아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라고 한다.굴봉산 정상부 400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습지가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궁금하다.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굴봉산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산길이어서 차가 들고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길이다. 산 아래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예전에는 습지에서 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돌리네 습지는 2024년 2월 2일, 우리나라 25번째이자 경상북도 최..

living note 2025.04.08

남도로 간 봄마중(다압 매화마을)

다압이란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지만 난 알 것 같다. 다압에 매화가 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압도해 버린다는 걸, 봄의 축제에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남도로 가서 서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매화의 만개를 보면 축제를 위한 수많은 먹을거리, 호객하는 유행가의 소음, 들판의 봄풍경 등 심지어 긴 강줄기를 펼치고 있는 섬진강 의 유려한 흐름까지 다 압도해 버려서 오직 매화 하고만 눈을 맞추려는 심상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유발 하게 된 다압은 매화마을이 되기 전부터 어떤 운명적인 지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언젠가 쫓비산을 하산해서 매화마을을 둘러본다는 등산코스에 따라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하산해서 돌아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매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등산은 패스하고 바로 매화마을로 향하..

living note 2025.03.21

섬진강에 반하다.

말로만 듣던 섬진강 물을 만졌다. 남도여행에서 멀리서만 줄기를 볼 뿐 강가까지 내려가서 모래사장을 걷고 물을 만지고 그 맑고 깨끗한 물에 세심까지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섬진강 둘레길을 걷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매화마을 찾아가는 길에서 잠시나마 그 길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싶디 싶다" 노래를 부르면 언젠가는 뜻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 오늘 보지 못한 나머지의 강줄기를 더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을 간직해둬야겠다. 강에 내려서기 전 하동에 들어서면서부터 목적지로 가는 차도의 풍경이 너무 좋다.우뚝한 백운산이 강을 거느리고 산따라 흐르는 깊은 물은 바다색 같이 맑은데 수변에 매화까지 꽃을 피워 둔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과 강과 꽃이 세 줄기를 이루어 달리면서도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걸..

living note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