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문경 돌리네습지와 소야벚꽃길

반야화 2025. 4. 8. 07:40

운달산에서 산사 세 곳을 돌아본 후 시내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잘 알려지지 않은 습지가 있다고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그곳으로 간다. 시내기준으로 서남쪽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이름도 이쁜 돌리네 습지(doline)로 간다. '돌리네'란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녹아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라고 한다.

굴봉산 정상부 400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습지가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궁금하다.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굴봉산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산길이어서 차가 들고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길이다. 산 아래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예전에는 습지에서 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돌리네 습지는 2024년 2월 2일, 우리나라 25번째이자 경상북도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일대를 개발하는 중이어서 공사가 진행 중이고 좀 어수선했다. 물이 잘 빠지는 높은 석회암 지대에 물이 고여 있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서, 지형 및 지질학적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몇 굽이를 돌아 올라가면 산 아래 주차장이 있고 거기서 다시 장난감기차 같은 전동차를 타고 약 1킬로미터의 길로 들어간다. 전동차 승하차장에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밑으로 내려가는데 땅이 완전 황톳길이다. 멀리서 보는 습지의 지형은 정상이 움푹 들어간 것이 마치 넓은 분화구 같기도 하고 양구에서 봤던 펀치볼과도 흡사한 지형이다. 그런 분지의 둘레에 산책로 A, B두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안쪽에 있는 A코스 약 1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 B코스는 분지의 가장자리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아직 정비가 잘 되지 않았는지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찾는
다면 그때는 B코스를 걸어보고 싶다.

습지 안에는 시작되는 봄이 그려낸, 갓 채색이 끝나고 물감이 마르지도 않은 수채화 같은 그림이 펼쳐진 듯이 연약한 봄물이 오르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걷는 내내 서정적 정념이 마구 일어나서 흥얼거리는 어떤 시상이 떠올라 마음으로 그리는 시화에 연둣빛 채색이 되는 한나절의 꿈같은 행보였다. 숲이 초록으로 채워졌을 때의 모습도 좋겠지만 난 지금이 더 좋았다. 빛바랜 묵은 억새풀이 바탕을 이루고 그 속에서 솟아난 듯 연두색 이파리와 까만 나뭇가지들 과의 보색의 조화가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수형까지 이쁜 버들이 너무 아름다운 이상향을 이루고 있다.

습지 조감도의 산책코스.

안내판을 보면,
돌리네 습지에는 육상․초원․습지 생태계가 공존해 좁은 면적임에도 수달, 담비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8종을 비롯해 산림청 지정 희귀 식물 4종을 포함하여 93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하며 총 465종 조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등 서식하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8종: 수달(Ⅰ급), 담비, 삵, 하늘다람쥐, 팔색조, 붉은 배새매, 구렁이, 물방개(Ⅱ급) 467종 식물 서식한다고 되어 있다. 그 외 희귀 식물 4종: 꼬리진달래, 낙지다리, 들통발, 쥐방울덩굴이 있다지만 언제 볼 수 있는지 그 모두를 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만하면 동식물의 천국이 아닐까? 그들의 파라다이스를 훔쳐보는 것 같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굴봉산 뒤로 높이 보이는 산이 배너미산이라고 하는데, 지명의 유례에는 동국여지승람에서 옛날 큰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 고개까지 올라와 머물렀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일대의 진흙층이 물 빠짐이 느려서 엄청난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우묵한 습지의 물이 배를 들어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는만큼 색상이 되지 않는다.직접보면 마음까지 빠져버리는 습지다.

배너미산,굴봉산.돌리네습지




둘레는 작지만 수심이 5미터정도의 깊은 곳이라고 한다.이어지지 않은 여러개의 웅덩이지만 장마철이면 한테 이어져 넓은 호수같이 되지 않을까?



하루를 알차게 잘 보내는 중이다. 돌리네 습지를 보고 다시 차로 이동해서 문경의 유명한 벚꽃길인 소야 벚꽃길로 간다.

외길 아래는 조령천이 흐르고 하천변 좁은 길에 길게 늘어선 꽃길이 너무 좋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벚꽃이지만 산이 있고 강이 흐르는 시골길의 풍경은 서로 꼭 함께 있어야 되는 관계처럼 잘 어울린 봄풍경이다.

마치 수를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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