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6

속없는 아가씨 얼레지

정년을 퇴직한 주부가 집안행사를 체크하는 것보다 자연의 행사를 더 체크하며 날자를 기다린다. 언제 어디를 가야 되는지 그날을 체크하고 찾아다니는 게 일과라니, 집안에서 내 역할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남는 시간은 오직 내 행복을 찾아다니는 날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봄의 연중행사에서 빠진 적이 없는 것이 노루귀와 얼레지를 보는 것이다 올봄도 두 가지를 다 봤다. 노루귀는 다소곳이 얼굴을 숙이고 있는 얌전한 아가씨라면 얼레지는 속없는 아가씨다. 저렇게 속을 다 보여주면 어쩌자는 건지, 발랄하고 깜찍한 얼레지의 속을 살펴보면 참 이쁘고도 귀엽다. 긴 꽃술 끝에 까만 씨방을 달고 있으며 분홍얼굴에 하얀 분을 바른 듯이 흰 부분이 있고 거기에 또 이쁜 무늬를 만든다. 여섯 장의 꽃잎 흰 부분에는 W자로 보라색..

등산 2025.04.18

벚꽃앤딩

산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비 온 후에 걷는 산길이 얼마나 좋은지를. 간밤에 마른땅을 흠뻑 적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비가 온다고 했지만 아침에 반짝 빛이 나서 바로 뒷산으로 갔다. 역시 촉촉한 산길이 너무 좋다. 검은 가지들 뒤로 연한 빛이 감도는 숲도 좋고 숲이 깨어나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너무 좋아 심호흡을 들이키며 올랐다. 지금쯤 산벚꽃이 무척 좋을 거란 생각으로 갔지만 지난해 이즘에 흐드러지게 피어나 온통 산이 하얗더니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꽃이 별로 없었다. 진 것도 아니고 아예 꽃이 맺히지를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실망하고 단국대 캠퍼스로 내려갔다. 단국대 교정 안의 차도변에 키는 작지만 탐스런 벚꽃이 흰나비의 군무처럼 거친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내친김에 법화산 아래 있는 단국대 대..

등산 2025.04.13

벚꽃명소를 찾아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니까 몸도 마음도 바쁘다. 어제는 벚꽃명소를 찾아서 남산과 현충원으로 갔는데 절정을 이루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남산은 벚꽃을 보기 위해 몇 번을 찾았지만 너무 늦거나 너무 일러서 제대로 못 봤고, 현충원 수양벚꽃이 가장 좋다는 말만 들었지 보지는 못했는데 올봄에는 하루에 두 곳을 봤다. 이 외에도 수도권의 벚꽃명소가 있지만 매일 나가지 않으면 봄비가 시샘을 해서 꽃잎을 다 떨어뜨리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된다. 해마다 벚꽃이 절정일 때 비가 내렸다. 올봄도 예외 없이 월요일에 비예보가 있는데 아직 봐야 할 곳이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때를 놓치지 않고 보고 싶은 명소는, 서울대공원, 광교호수, 물향기수목원 등이 있는데 기다려주면 좋겠다. 남산으로 가기 위한 길은 많지만 충무로역에서 ..

living note 2025.04.11

문경 돌리네습지와 소야벚꽃길

운달산에서 산사 세 곳을 돌아본 후 시내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잘 알려지지 않은 습지가 있다고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그곳으로 간다. 시내기준으로 서남쪽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이름도 이쁜 돌리네 습지(doline)로 간다. '돌리네'란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녹아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라고 한다.굴봉산 정상부 400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습지가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궁금하다.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굴봉산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산길이어서 차가 들고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길이다. 산 아래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예전에는 습지에서 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돌리네 습지는 2024년 2월 2일, 우리나라 25번째이자 경상북도 최..

living note 2025.04.08

문경투어

코스: 김룡사-대성암-화장암-돌리네 습지-소야벚꽃길,봄이란 올 때는 더디고 갈 때는 쏜살같아한 철 꽃지고 나면 하룻밤 일장춘몽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중에도 깨어 있는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인가? 달력 속의 빼곡한 일정이 마음을 바쁘게 하지만 봄 속에 있다는 것이 그래도 너무 좋다.한참 전에 받아놓은 문경으로의 여행인데 경북지방에 산불이 난 후여서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차가 경북으로 갈수록 혹시 불탄 흔적이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보는 것이 괴로워질 뿐 아니리 자칫 여행하는 마음에 상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창밖을 주시했지만 다행히 문경 쪽은 무사한 것 같아서 마음 편히 문경시내를 통과하고 목적지로 깊숙이 들어갔다.*운달산 금룡사 홍하문*이번에 가는 여행지는 존재..

등산 2025.04.08

노루귀의 귀환

불타는 산야의 가슴에도 조용히 꽃이 피어났다. 어느 때보다도 혼란한 세상에 불까지 질러 세상은 온통 지옥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고향이 불타고 고향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해서 꽃을 보고도 꽃을 봤다는 말을 못 한 채 며칠이 지났다. 검어진 고향산천에는 꽃도 죽고 모든 생명들의 한 해 살이가 죽었다. 이 좋은 봄이 왔는데 고향의 봄은 꽃대궐이 아니라 한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를 겪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자연은 삶이 되풀이된다. 추워도 살아지고 더워도 살아지는 삶, 비바람 막아주고 비료 주는 게 아니라 척박한 흙 한 줌에도 살아내는 자연이 위대하다. 기후의 악조건에서도 살아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스로, 있는 그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자연이다. 가장 잘 사는 방법을 제시해 주..

등산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