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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로 간 봄마중(다압 매화마을)

다압이란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지만 난 알 것 같다. 다압에 매화가 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압도해 버린다는 걸, 봄의 축제에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남도로 가서 서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매화의 만개를 보면 축제를 위한 수많은 먹을거리, 호객하는 유행가의 소음, 들판의 봄풍경 등 심지어 긴 강줄기를 펼치고 있는 섬진강 의 유려한 흐름까지 다 압도해 버려서 오직 매화 하고만 눈을 맞추려는 심상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유발 하게 된 다압은 매화마을이 되기 전부터 어떤 운명적인 지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언젠가 쫓비산을 하산해서 매화마을을 둘러본다는 등산코스에 따라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하산해서 돌아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매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등산은 패스하고 바로 매화마을로 향하..

living note 2025.03.21

섬진강에 반하다.

말로만 듣던 섬진강 물을 만졌다. 남도여행에서 멀리서만 줄기를 볼 뿐 강가까지 내려가서 모래사장을 걷고 물을 만지고 그 맑고 깨끗한 물에 세심까지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섬진강 둘레길을 걷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매화마을 찾아가는 길에서 잠시나마 그 길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싶디 싶다" 노래를 부르면 언젠가는 뜻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 오늘 보지 못한 나머지의 강줄기를 더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을 간직해둬야겠다. 강에 내려서기 전 하동에 들어서면서부터 목적지로 가는 차도의 풍경이 너무 좋다.우뚝한 백운산이 강을 거느리고 산따라 흐르는 깊은 물은 바다색 같이 맑은데 수변에 매화까지 꽃을 피워 둔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과 강과 꽃이 세 줄기를 이루어 달리면서도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걸..

living note 2025.03.21

빛의 이름

온기, 냉기, 열기.계절에 따라 빛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겨울 남향에서 깊이 들어오는 해는 온기를 주고, 여름 서향에서 깊이 들어오는 빛은 열기를 준다. 겨우내 방 안으로 깊이 들어오던 따스하던 빛이 요즘은 자꾸 밀려나면서 아침마다 좀 천천히 나가라고 붙잡고 싶은데 요즘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한 뼘정도 남겨주고 밖으로 소리 없이 나가는 중이다. 아침마다 냉기를 데워주던 고맙던 빛이 한 뼘씩이나 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만큼 시간이 달아나는 것 같다. 아직은 빛이 사라지면 실내는 냉기가 돈다. 연료보다 더 따스했던 빛이었는데.....내 방에서 밀려가는 빛의 온기는 아주 밉지는 않게 내 화단에 있는 꽃에 듬뿍 양식을 만들어준다. 겨울 동안에 온도계를 보면서 꽃들을 들였다 냈다 하면서 관리를 했더니..

living note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