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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수목원 산책

세상의 바탕색이 바뀐듯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알록달록한 색상들이 창밖까지 물들여놓았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실내에서도 창을 사이에 두고 가을 속에 있다. 이 잠깐의 화려함이 내 삶의 한계점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채색된 그림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만 있다. 이 화려한 바탕색이 검게 변하면 마음마저 막 내린 무대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아름다움의 여운에 젖어 쓸쓸해질 것 같다.가을에 피는 춘추벚꽃

living note 2026.11.03

가을 월악산

경로, 수산리마을에서 하봉, 중봉, 영봉, 신륵사 삼거리에서 동창교 쪽으로 하산.가을은 자연의 모체가 할 일을 다 했다는 뜻으로 낙엽귀근의 명령을 내리는 계절이다. 한 해 동안 낳고 키우고 열매 맺는 동안 모체의 뿌리는 열심히 수분을 밀어 올리며 새싹을 키우고 꽃 피워서 몸속에 들어있는 본성을 다 드러내 보이는 쉽지 않은 역할을 한다. 가을이 되면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잎들에게 알리면서 수분도 영양도 다 끊고 모체를 위한 시간으로 돌아간다. "너희들 이제 내려와 나를 덮어다오"라는 명령으로 낙엽귀근의 본성을 한 번 더 발휘한다.자연이 좋은 이유는 살아있는 기를 느끼고 변화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명 없는 물건들은 아무리 값비싼 걸 내 옆에 들여놓아도 그것들은 나를 기쁘게 하는데 오래가지 않는다...

등산 2026.10.27

국립수목원(봉선사,광릉)

가을은 시작되기 무섭게 달리기를 하듯 빠르게 흐르다가 정지선에 닿자마자 계절의 끝자락이 보이는 짧은 계절이다. 몸은 느린데 마음은 하루에도 몇백 리를 돌아다니며 이산 저산을 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을 선택해서 미리 다녀온 마음 따라 몸도 가게 된다.산에서 서서히 내리던 붉은 물결은 어느새 평지까지 물들이고 내 집 앞까지 와서 매일 창너머로 단풍과 눈을 맞춘다. 코앞에 풍경이 있지만 더 멀리 가면 더 멋진 그림이 있을 거라는 어떤 가상진리를 믿듯이 멀리에 있는 가을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떤 화폭으로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찾아간 곳이 광릉이 있는 국립수목원이다. 국립수목원에 가는 건 접근이 쉽지 않다. 지하철 4호선 진접역에서 마을버스가 있는데 4호선이 진접역까지 가는 건 배차시간이 길어서..

living note 2026.10.25

오대산의 단풍(노인봉과 소금강)

검은 밤의 바탕화면에 낮에 본 그 감동을 그리느라 잠은 달아나고 그 절륜했던 잔상에 깊이 매몰되어 있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하는 말인데 낮에 본 오대산의 절경은 가을이 만들 수 있는 모든 걸 갖춘 완벽함이었다.수많은 명승, 명찰을 품고 있는 오대산을 몇 번이나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몇 번이 오대산의 권역일 뿐 정작 주봉은 보지 못하고 언저리만 돌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해 겨울에 어떤 코스로 올랐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보라가 심해서 차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거센 눈보라 속에서 뭘 봤는지 기억도 없으니 오대산에 올랐다는 말을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고 한밤중에 적멸보궁에 갔을 때는 천지를 분간할 수 없었고 선제길에서 제대로 아름다운 맛을 봤을 뿐인데 ..

등산 2026.10.16

추석연휴

잠깐동안 도시도 휴식을 취한다. 길이 텅 비었다. 가장 좋은 때에 주어진 추석 황금연휴다. 다들 누구를 찾아, 무엇을 찾아, 어디로 떠났을까. 모두가 돌아올 때는 좋은 사람 만나 행복을 담아 오길 바라며, 오늘만은 이 한갓진 긴 길을 혼자 즐기는 나만의 길이 되었다.초록만 무성하던 벚나무가지가 어느새 듬성듬성해지고 그 빈자리에 붉은 잎 몇 개가 달리니 여름과 가을이 한 나뭇가지에서 자리바꿈을 하며 인사를 하는 듯하다. "잘 가, 잘 있어" "곱게 물들어 아름답게 떠나" 하면서.조용한 벤치에 앉아있는데 노란 낙엽하나가 내 옆에 소리 없이 내려앉으며 가을을 전하는데 도토리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투닥투닥 고요를 깨뜨린다. 윤기 나는 알밤 하나를 주워 만지니 가을이 내 손안에 까지 들어와 만져지는 것 같다. ..

living note 2026.09.26

철원, 연천 가을여행

여행지: 철원 소이산전망대, 철원평야, 지레꽃길, 호로고루, 도피안사.가을이 내리고 있는 푸르른 날 한가로운 가을여행에는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된다. 그런 그림을 보여줄 만한 곳이라면 먼저 황금들판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이 철원평야다. 그런 마음을 채워주는 여행은 철원이 제격이다. 그동안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다 있는 여행의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다.먼저 소이산으로 가는데 이 산은 군사통제구역이었던 곳이 개방되어 철원평야의 중심에 있는 작은 동산이다. 362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동산에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서 좀 의아했는데 산을 오르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싶을 것이고, 봐야 하는 곳이어서 산에 오르기 힘든 어른들을 위한 철원시의 배려 갔았..

living note 2026.09.20

용늪과 대암산

노는 게 일이란 말은, 옛 어른들이 일은 안 하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나무랄 때 하는 말이다.혹서기 두 달 동안 뭇 생명의 원천인 하늘과 땅을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등지고 있다가 가을이 되자마자 요즘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연 3일간 약 칠만보를 걷는 일을 했다. 노는 게 일인 내게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맑은 날씨만 보면 마구마구 밖으로 끄달리는 마음이 동심원의 파문처럼 밖으로만 퍼져나간다.그동안 몇 번의 기회를 놓치고 늘 싶다~~ 했는데 대암산과 용늪을 간다는 카페공지를 보고 너무 좋아서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 가는 날인데 맑고 푸른 날씨가 여행의 배경이 되어주니 얼마나 좋은지,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날씨다. 전형적인 초가을 하늘이 내리는 빛의 입자에 휩싸이 듯한 은빛 속을..

등산 2026.09.19

북한산성 14성문종주 이어가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가을아침이 보석보다 더 빛난다. 이 좋은 날에, 우리의 젊음은 오래되어 빛바랜 보석 같지만 사그라들지 않은 빛의 시간을 차곡차고 쌓아 지닌 채 그 몸으로 아직도 도전에 목말라 오늘도 가능성을 시험하는 날이다.북한산 등산은 어떤 산봉우리를 오르는 시간보다 산 밑에까지 접근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산자락이 긴 산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이다. 등산전성기 때 힘든 줄도 모르고 수없이 코스마다 다 올랐던 오래전 일인데 북한산을 늘 바라만 보면서 사모하던 친구덕에 새롭게 사모바위를 시작으로 가끔 북한산을 오르다가 결국 14 성문 종주라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무리하지 않고 성길을 나누어하면 가능할 것 같아 아름다운 도전을 진행한다.처음 성문종주를 할 때..

카테고리 없음 2026.09.15

도봉산 회룡사코스

때로는 떠나보면 별것도 아닌데 좋았던 기억 하나 간직하고 있으면 꼭 다시 가고 싶은 끌림을 떨칠 수 없어 언젠가는 다시 가게 된다. 회룡계곡의 맑은 물길 따라 사패산과 포대능선을 갔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어서 다시 찾고 싶어서 날을 잡았는데 산에 오르기 참 좋은 초가을이다.기온이 많이 낮아졌지만 산에 오르는 길은 늘 땀이 난다. 그래도 젖은 옷에 바람이 스치면 끈적이지 않고 상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가을바람이란 걸 느끼게 한다. 약한 바람에도 가장 먼저 낙엽 지는 산벚나무는 이미 가을을 겪고 있다. 산천의 전체적인 색감도 약간 변하기 시작한다. 연두색으로 올라왔던 색들이 짙어졌다가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는 다시 초록에서 연두로 채도가 낮아지고 결국에는 잠시 붉었다가 뿌리의 거름이 되어가는 과정이 사람의 ..

등산 2026.09.13

하늘의 불쇼

강아지와 산책을하고 들어왔는데 창밖의 서쪽하늘이 너무 예쁘다. 그런데 집에서 원하는만큼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폰을 들고 빨리 밖으로 나가서 막힘이 없을 차도까지 뛰어갔다.막힘 없는 긴 하늘의 위에는 짙은 구름이 깔렸고 밑에는 파란 바다가 펼쳐진것 같았다. 너무 특별해서 사진을 여러번 찍고 동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서쪽하늘은 다시한 번 달라져 있다.깜짝 놀랄 정도로 마치 성이나서 분노한 하늘이, 예쁘다기 보다늗 뭔가를 심판하려는 듯 무섭게 지상 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시뻘겋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같을정도로.집안에서 창밖으로.밖으로 나가서....갑자기, 순식간에 이렇게 분노한 하늘의 성난모습.

living note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