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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잠깐동안 도시도 휴식을 취한다. 길이 텅 비었다. 가장 좋은 때에 주어진 추석 황금연휴다. 다들 누구를 찾아, 무엇을 찾아, 어디로 떠났을까. 모두가 돌아올 때는 좋은 사람 만나 행복을 담아 오길 바라며, 오늘만은 이 한갓진 긴 길을 혼자 즐기는 나만의 길이 되었다.초록만 무성하던 벚나무가지가 어느새 듬성듬성해지고 그 빈자리에 붉은 잎 몇 개가 달리니 여름과 가을이 한 나뭇가지에서 자리바꿈을 하며 인사를 하는 듯하다. "잘 가, 잘 있어" "곱게 물들어 아름답게 떠나" 하면서.조용한 벤치에 앉아있는데 노란 낙엽하나가 내 옆에 소리 없이 내려앉으며 가을을 전하는데 도토리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투닥투닥 고요를 깨뜨린다. 윤기 나는 알밤 하나를 주워 만지니 가을이 내 손안에 까지 들어와 만져지는 것 같다. ..

living note 2026.09.26

철원, 연천 가을여행

여행지: 철원 소이산전망대, 철원평야, 지레꽃길, 호로고루, 도피안사.가을이 내리고 있는 푸르른 날 한가로운 가을여행에는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된다. 그런 그림을 보여줄 만한 곳이라면 먼저 황금들판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이 철원평야다. 그런 마음을 채워주는 여행은 철원이 제격이다. 그동안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다 있는 여행의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다.먼저 소이산으로 가는데 이 산은 군사통제구역이었던 곳이 개방되어 철원평야의 중심에 있는 작은 동산이다. 362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동산에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서 좀 의아했는데 산을 오르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싶을 것이고, 봐야 하는 곳이어서 산에 오르기 힘든 어른들을 위한 철원시의 배려 갔았..

living note 2026.09.20

용늪과 대암산

노는 게 일이란 말은, 옛 어른들이 일은 안 하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나무랄 때 하는 말이다.혹서기 두 달 동안 뭇 생명의 원천인 하늘과 땅을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등지고 있다가 가을이 되자마자 요즘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연 3일간 약 칠만보를 걷는 일을 했다. 노는 게 일인 내게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맑은 날씨만 보면 마구마구 밖으로 끄달리는 마음이 동심원의 파문처럼 밖으로만 퍼져나간다.그동안 몇 번의 기회를 놓치고 늘 싶다~~ 했는데 대암산과 용늪을 간다는 카페공지를 보고 너무 좋아서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 가는 날인데 맑고 푸른 날씨가 여행의 배경이 되어주니 얼마나 좋은지,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날씨다. 전형적인 초가을 하늘이 내리는 빛의 입자에 휩싸이 듯한 은빛 속을..

등산 2026.09.19

북한산성 14성문종주 이어가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가을아침이 보석보다 더 빛난다. 이 좋은 날에, 우리의 젊음은 오래되어 빛바랜 보석 같지만 사그라들지 않은 빛의 시간을 차곡차고 쌓아 지닌 채 그 몸으로 아직도 도전에 목말라 오늘도 가능성을 시험하는 날이다.북한산 등산은 어떤 산봉우리를 오르는 시간보다 산 밑에까지 접근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산자락이 긴 산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이다. 등산전성기 때 힘든 줄도 모르고 수없이 코스마다 다 올랐던 오래전 일인데 북한산을 늘 바라만 보면서 사모하던 친구덕에 새롭게 사모바위를 시작으로 가끔 북한산을 오르다가 결국 14 성문 종주라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무리하지 않고 성길을 나누어하면 가능할 것 같아 아름다운 도전을 진행한다.처음 성문종주를 할 때..

카테고리 없음 2026.09.15

도봉산 회룡사코스

때로는 떠나보면 별것도 아닌데 좋았던 기억 하나 간직하고 있으면 꼭 다시 가고 싶은 끌림을 떨칠 수 없어 언젠가는 다시 가게 된다. 회룡계곡의 맑은 물길 따라 사패산과 포대능선을 갔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어서 다시 찾고 싶어서 날을 잡았는데 산에 오르기 참 좋은 초가을이다.기온이 많이 낮아졌지만 산에 오르는 길은 늘 땀이 난다. 그래도 젖은 옷에 바람이 스치면 끈적이지 않고 상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가을바람이란 걸 느끼게 한다. 약한 바람에도 가장 먼저 낙엽 지는 산벚나무는 이미 가을을 겪고 있다. 산천의 전체적인 색감도 약간 변하기 시작한다. 연두색으로 올라왔던 색들이 짙어졌다가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는 다시 초록에서 연두로 채도가 낮아지고 결국에는 잠시 붉었다가 뿌리의 거름이 되어가는 과정이 사람의 ..

등산 2026.09.13

하늘의 불쇼

강아지와 산책을하고 들어왔는데 창밖의 서쪽하늘이 너무 예쁘다. 그런데 집에서 원하는만큼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폰을 들고 빨리 밖으로 나가서 막힘이 없을 차도까지 뛰어갔다.막힘 없는 긴 하늘의 위에는 짙은 구름이 깔렸고 밑에는 파란 바다가 펼쳐진것 같았다. 너무 특별해서 사진을 여러번 찍고 동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서쪽하늘은 다시한 번 달라져 있다.깜짝 놀랄 정도로 마치 성이나서 분노한 하늘이, 예쁘다기 보다늗 뭔가를 심판하려는 듯 무섭게 지상 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시뻘겋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같을정도로.집안에서 창밖으로.밖으로 나가서....갑자기, 순식간에 이렇게 분노한 하늘의 성난모습.

living note 2026.09.10

물봉선을 만나러 간다.

이 가을아침이 참 좋다. 간밤에 창을 닫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가족은 다 나가고 빈자리에 빛이 가득 들어찬 광명이 너무 좋은 시간이다. 화단의 꽃들도 이제 활기를 되찾은 듯 양식을 만들고 있다. 꽃도 나도 여름을 잘 견디고 이제는 창을 다고 소음과도 단절할 수 있는 것도 좋고 초가을을 맞아 복지부동에서 일어나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이 나는 것도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어떤 장소에서 이쁜 걸 보고 나면 다시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지만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다시 갈 때는 처음과 같으리란 상상을 내려놓고 가야 된다. 지난해에 아담한 폭포 주위를 온통 물봉선이 피어 하얀 포말을 타고 하늘대던 꽃잎이 너무 좋아서 다시 갔더니 올해는 폭포를 이루던 물줄기는 말랐고 맑은 물가에 그래도 물봉선은 ..

living note 2026.09.08

인제예길 트레킹(박달고치와 내린천)

인제군 남면 햇살마을에서 임도를 우회, 숲길로 접어든다. 한참 오르면 구상나무 조림지를 지나 임도로 이어진 편한 길을 따라가면 군시설이 있고 그 위에 박달고치 전망대가 나온다. 걷다 보니 이 길은 인제천리길 2-1코스에 속한 일부구간이었다. 우리 팀은 박달고치 전망대에서 굴아홉굴 방향으로 하산해서 내린천 수변길을 걷고 원대교를 건너서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로 약 9킬로 내외를 걸었다.여행에서 좋은 날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강원도는 전형적인 초가을날씨로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먼지 한 톨 없어 보이는 하늘색 진면목의 바탕에 그려진 흰구름이 떠다니고 적당한 바람도 불고 마음 같아선 차창을 열고 달리고 싶었다.인제로 들어가는 길이 오랜만이어서 설악로라는 표지판만 봐도 설레는데 인제까지 왔으면 이 좋은..

등산 2026.09.05

홍릉수목원

혹서기 두 달 동안 정지되었던 우리들의 자연학교가 구월과 함께 개학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위력을 떨치던 열기가 남아 높은 위치로 가기엔 무리여서 평지인 홍릉으로 나들이를 간다.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자리지만 남양주 능곡으로 이장해서 고종황제와 합장을 했지만 수목원명칭을 그대로 홍릉수목원으로 쓰고 있다. 개장시간이 열 시부터여서 정문에서 한참을 대기하다가 들어간다. 숲으로 들어가니 삼 일간 비가 많이 내려서 기온이 낮아졌지만 너무 습해서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숲은 이미 오뉴월 같은 활기가 아니다. 한철이 전부인 줄 알고 열심히 울어대던 매미들의 합창도 힘 없이 느려진다. 겨우 두어 달 살아내려고 숨죽여 지내던 시간이 얼마였는지 땅은 알고 있다. 봄가을이 더 있다는 걸 모르는 매미는 그만 한해살이..

living note 2026.09.02

물의 여신

오래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날처럼 오늘이 그런 날이다. 보고 싶은 대상을 만나야 할 때는 장애를 건너뛰어야 한다. 그렇듯 연일 치솟는 더위지만 이즘에 꼭 만나야 하는 꽃을 보는데 날씨가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집을 나설 때의 목적은 빅토리아연꽃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일월수목원 앞에 갔더니 매주 월요일이 휴일인데 이곳은 화요일인 오늘이 대체휴일이었다. 힘들게 왔는데 돌아서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정문에서 뒤돌아섰더니 내 뒤에 그렇게 반가운 꽃이 있는 걸 몰랐다.비록 원하는 걸 보지 못했지만 가장 예쁜 물의여신을 보고 나니 많은 걸 보는 것보다 단 하나라도 완벽한 하나가 낫듯이 오늘은 이 한 가지만으로 만족하는 날이다.수목원은 굳게 닫혀있는데 감사하..

living note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