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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모저모

광안리바다의 낮과 밤, 부산 어린이대공원, 옥련정사, 직장인이 일 년을 기다리는 하기휴가,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 지금은 매일이 휴가 같아서 무의미한 여름이지만 이번에 부산에서 바다로 들어가 놀아봤더니 지난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하기휴가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물은 따뜻하고 몸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타면 몸이 가볍게 뜨는 순간이 어린아이처럼 재미있었다. 파도에 떠밀릴 때는 힘없이 뒤로 넘어지기도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고, 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모여들어 광안리해변은 밤마다 축제가 열리는 시간 같았다.주말 밤마다 열리는 드론쇼.열나흘 달이 휘영청 밝은데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아 나만 밤바다를 걸으면서 달빛과 대교의 불빛이 바다에 일렁이는 빛을 뿌리고 있는 밤바다를 즐겨 바라보았다.부산 어린이 대공원에 ..

living note 2024.08.19

보고싶으면 봐야지

유례없는 더위에 복자부동만 하고 있으면 제철에 봐야 하는 것들을 못 보고 놓치게 된다. 그래서 떠난 여행길, 더위에 몸을 적시며 잠재된 지난겨울의 설경을 꺼내어 대비되는 마음으로 눈 내리던 혹한을 떠올리며 태양에 맞서 경주를 거쳐 부산까지 갔다. 경주남산에서 먼저 부모님 산소에 인사드리고 단정하게 다듬어드린 다음, 보라색 바탕색에 굴곡이 멋이 된 소나무를 보기 위해 황성공원으로 달려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원에는 고목의 울창한 숲이 불줄기 같은 빛을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조금 들어가니 보라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린 것이 꽃인데 하필이면 이렇게 뜨거울 때 피어서 나를 불러내는지...... 지난해 경주 황성공원에서 봤던 맥문동꽃과 유엔공원에서 보았던 배롱나무를 만나기 위해 경주와 부산으로 갔는데 같은..

living note 2024.08.17

내곁에 고마운 것들

수없이 겪어온 "힘들어"라고 하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져서 지금 겪고 있는 것에 가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해마다 겪는 더위도 그렇다. 지난해도 삼복더위는 넘어가기 힘든 고개였지만 지금은 올여름이 가장 덥다고 느껴진다. 점점 더 체력적으로 적응력이 약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사계절을 날씨 같은 건 아무 문제도 안되던 시간들도 있었다. 삼복더위에도 얼음물을 몸속으로 들어부우면서 산행을 즐겼고 땀으로 옷이 다 젖으면 바람과 만났을 때 시원해서 더 좋다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싫어진다. 땀에 젖어 달라붙는 옷도 싫고 힘들게 오르는 것도 싫다. 평소에 아무 느낌 없이 당연하던 것들에 대해서 새삼 고마움을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바로 가전제품들이다. 누구나 다 쓰고 있는 물건들이 그..

living note 2024.07.31

연꽃탄생

극과 극을 견디는 경이로운 연꽃의 탄생, 언 땅 속으로 깊이 침잠해 겨울을 견디며 극락세계를 꿈꾸고 혹서기에 절륜한 아름다움으로 태어나 사바에 극락을 펼치는 모습이다. 인고의 고행 끝에 찾아온 구도의 결실이 꽃밭이 된 연못은 성불의 갈애가 피어난 것인가. 긴 겨울 언 땅에 뿌리 박고 어떤 염원의 꿈을 꾸었을까. 바탕은 검어도 뜻은 하얗게 피어나는 꽃밭으로 이끌려 가는 것은 시절인연 때문이다. 중생의 검은 미혹을 씻으러 찾아가는 길이 되길 염원하며 잠시의 사색을 뿌려본다.꽃고무신 나란히 벗어놓고 어디로 떠났을까의왕 왕송호수 물양귀비 낙엽귀근의 뜻이 순리다.

living note 2024.07.13

새벽달과의 랑데부

어떤 시선이 느껴지면 쳐다보듯이, 달님이 내 잠든 모습을 얼마나 들여다봤길래 끄달림이 일어났나, 새벽 찬공기에 잠을 깨니 어둡던 방에 은은한 달빛이 들어차 있네. 별을 잠재운 하늘에 달만 있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나만 깨어나 달과 나, 우리 둘의 랑데부는 서로의 시선으로 집중되어 허공에 직선을 그렸네. 검은 숲, 아파트숲, 새벽하늘 삼 단 구도에 맞닿은 시선 두 개만 있는 이 멋진 한밤중의 랑데부에 잠을 날려도 좋았다.새벽 3시 40분에 달을 보고, 글을 쓴 후, 그리고 난 밖으로 나갔다. 밤새 노래를 불러주던 라디오가 애국가를 토해내고 동해물과 백두산도 다 깨어났을 시간인 아침, 5시 반에 긴 그림자 앞세우고 걷다 보니 어느새 내 키만 해진 그림자와 함께 산책한 후, 강으로 나가서 숲을 통과해 집으로 ..

living note 2024.06.25

용주사와 융건릉

여름 초입인데 벌써부터 무더위가 느껴진다.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앞으로의 삶과 의식주까지 변화가 올 것 같다. 어떤 대비를 할 수 있다기보다는 흐름에 잘 따라가야 할 텐데 하는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 우리들의 걷기에도 방학이 있어서 작년에는 삼복더위를 피하여 방학하자며 쉬었는데 올해는 우리들의 짧은 방학도 앞당겨질 것 같다. 아직은 땡볕에 나가지만 않으면 그늘은 시원해서 견딜만하니 숲이 좋은 수목원이나 왕릉 같은 곳이 좋다. 걸음은 좀 짧아지겠지만 그 또한 여름 나기의 한 방법이다. 수도권에는 왕릉이 많아서 찾아가면 다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고 관리받는 일품 숲이어서 너무 좋다. 숲에서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느리게 걷다 보면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침 아홉 시가 되어야 ..

living note 2024.06.19

단상

물속에도 황혼빛이 감돌고...하루가 저무는 시간 때, 스스로 달아올라 불타던 태양이 제풀에 지쳐고 꺾여서 기운을 잃고 사그라들 즘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아침해처럼 너무 뜨겁지도, 너무 눈부시지도 않은 순한 빛줄기 아래 길을 걷다 보면 뜨거움에 지쳐 있던 나무들도 처진 잎을 고추 세우며 어슴푸레한 황혼을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개망초, 잡초에도 급이 있다. 버려진 빈공터를 하얗게 장식한 개망초꽃밭, 길가에 터를 잡은 친구들이 예초기 칼끝에 스러져갈 때 맘 졸이며 지켜보던 망초들이 잡초였다면, 울타리 안의 망초는 화초가 된다. 망초들이 힘을 합쳤는지 다른 풀들은 무리 속에 끼어들어 꽃이 되지 못한다. 울타리 속의 망초는 얼마나 안전함을 느꼈을까, 마치 스스로 만든 정원처럼 안전하고 아름답게 한 살이를..

living note 2024.06.18

경기남부의 호수투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경기남부에는 물의 도시라고 하는 수원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용인, 서쪽 으로는 의왕과 화성을 비롯해 많은 호수들이 있다. 하나의 테마로 지정해서 투어를 해도 될 만큼 호수가 많고 규모도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비슷한 크기여서 둘레를 돌며 느리게 산책도 하고 빠르게 뛰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며 또한 거의 수목원 같은 숲을 갖추고 있어서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호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일대를 지역의 공원으로 가꾸어져서 갈 데가 참 많은 경기남부는 서울이 부럽지 않다. 그동안 내가 가 본 호수는 수원을 중심으로 어제 갔던 일월호수와 서호(축만제), 신대호수, 원천호수, 광교호수가 있고 용인에 있는 기흥호수, 의왕에 왕송호수,동탄 호수공원, 백운호수, 낙생호수, ..

living note 2024.06.06

장미와 치유의 숲

마음을 치유한다는 건 현실감을 다 끊어낸 텅 빈 마음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물러 있는 집에서 떠나 먼 거리를 유지해 보면 자연스럽게 잡다한 생각에서도 멀어진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숲의 푸르름에 잠겨 있으면 보고 들리는 모든 것들이 청정함 뿐이기 때문에 근심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치유의 숲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모든 숲 속은 다 치유의 공간이다. 오늘은 그런 숲이 있고 꽃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바로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에서 청정한 공기로 속을 정화하고 장미의 축제장인 장미원에서 눈으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움과 향기로 마음을 정화하는 날이다. 가우르 고팔 다스의 , 이 글에서 얻은 지혜로움을 음미하면서 숲을 걷는다면 자연치유가 될 수 있는 방..

등산 2024.05.23

장미와 풀꽃

계절의 여왕이 꽃의 여왕을 키워냈다. 세계각국의 장미를 키우고 있는 장미의 축제장이다. 산에서는 철쭉을 끝으로 꽃물결이 지나갔고 인위적으로 키워낸 장미가 그 빈 꽃자리를 채우고 있다.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장미의 종류가 눈부시다. 화려함에 비해서 향기는 찔레꽃에 미치지 못한다. 향기는 꽃의 영혼이라고 하는데 겉모습은 눈으로 보고 향기는 영혼으로 본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영혼으로 봐도 아름답다면 그 완벽함이 얼마나 교만해질까. 겉모습도 순수하고 영혼까지 순수한 아기자기한 풀꽃을 무척 좋아한다. 연인에게 장미 한 다발 안겨주면 영혼이 비어도 덥석 받아 줄 것 같은 장미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는 풀꽃은 겉모습에 취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꽃의 영혼인 향기를 맡을 줄 안다면 그게 성공하는 연인들의 ..

living note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