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38

경기남부의 호수투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경기남부에는 물의 도시라고 하는 수원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용인, 서쪽 으로는 의왕과 화성을 비롯해 많은 호수들이 있다. 하나의 테마로 지정해서 투어를 해도 될 만큼 호수가 많고 규모도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비슷한 크기여서 둘레를 돌며 느리게 산책도 하고 빠르게 뛰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며 또한 거의 수목원 같은 숲을 갖추고 있어서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호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일대를 지역의 공원으로 가꾸어져서 갈 데가 참 많은 경기남부는 서울이 부럽지 않다. 그동안 내가 가 본 호수는 수원을 중심으로 어제 갔던 일월호수와 서호(축만제), 신대호수, 원천호수, 광교호수가 있고 용인에 있는 기흥호수, 의왕에 왕송호수,동탄 호수공원, 백운호수, 낙생호수, ..

living note 2024.06.06

장미와 치유의 숲

마음을 치유한다는 건 현실감을 다 끊어낸 텅 빈 마음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물러 있는 집에서 떠나 먼 거리를 유지해 보면 자연스럽게 잡다한 생각에서도 멀어진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숲의 푸르름에 잠겨 있으면 보고 들리는 모든 것들이 청정함 뿐이기 때문에 근심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치유의 숲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모든 숲 속은 다 치유의 공간이다. 오늘은 그런 숲이 있고 꽃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바로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에서 청정한 공기로 속을 정화하고 장미의 축제장인 장미원에서 눈으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움과 향기로 마음을 정화하는 날이다. 가우르 고팔 다스의 , 이 글에서 얻은 지혜로움을 음미하면서 숲을 걷는다면 자연치유가 될 수 있는 방..

등산 2024.05.23

장미와 풀꽃

계절의 여왕이 꽃의 여왕을 키워냈다. 세계각국의 장미를 키우고 있는 장미의 축제장이다. 산에서는 철쭉을 끝으로 꽃물결이 지나갔고 인위적으로 키워낸 장미가 그 빈 꽃자리를 채우고 있다.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장미의 종류가 눈부시다. 화려함에 비해서 향기는 찔레꽃에 미치지 못한다. 향기는 꽃의 영혼이라고 하는데 겉모습은 눈으로 보고 향기는 영혼으로 본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영혼으로 봐도 아름답다면 그 완벽함이 얼마나 교만해질까. 겉모습도 순수하고 영혼까지 순수한 아기자기한 풀꽃을 무척 좋아한다. 연인에게 장미 한 다발 안겨주면 영혼이 비어도 덥석 받아 줄 것 같은 장미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는 풀꽃은 겉모습에 취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꽃의 영혼인 향기를 맡을 줄 안다면 그게 성공하는 연인들의 ..

living note 2024.05.23

구리 동구릉

경주에 살 때 하나의 산 같은 신라시대의 왕릉만 보다가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조선시대의 왕릉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으로 집 근처에서 선정릉을 봤고 다음에 서오릉 등 여러 왕릉을 돌아봤지만 그중 조선 태조의 능이 가장 보고 싶었다. 당시 사대문 안에는 묘를 쓸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태조도 예외 없이 사대문 밖 비교적 가까운 구리에 능을 조성했는데 유언에 따라 고향인 함흥의 억새와 흙으로 능침을 조성했다고 해서 더욱 보고 싶었다. 가장 좋은 계절 오월에 구리에 있는 동구릉에 갔더니 들어서자마자 오월의 향기로 가득했다. 색이 고운 작약향부터 음미를 하고 능원 전체를 향이 깔리도록 떼죽꽃으로 하얗게 장식되어 있는 듯했다. 숲도 일 등급인데 향기로 가득한 방대한 능원 전체가 사후세계가 아니라 후..

living note 2024.05.18

삼성산 삼막사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품고 있던 생각들이 마음밖으로 나와서 실천이 되는 예가 많기 때문에 늘 노래하듯 " 가고 싶다,~~싶다샆다" 하다 보면 이루어진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도 전에 서울로 이사 와서 한창 등산의 재미에 빠져있을 때 서울의 산만 찾아다녔다. 그중에 들어 있던 산이 삼성산의 삼막사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 한 장 남은 게 없어 꼭 한번 다시 가서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생각이 마음밖으로 나와 실천되는 날이다. 오월은 향기로운 계절이다. 산속으로 들어서면 하얀 꽃들이 내뿜는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산이 마치 향수병 같고 그 열린 병 속을 헤매는 것 같다. 향기가 날 찾아오지 않으니 내가 향기를 찾아가는 오월의 산행은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이..

등산 2024.05.13

주왕산을 다녀와서......

먼 길 다녀온 여독을 달래며 차 한 잔 앞에 놓고 음악이 흐르는 창가 티테블에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쓴다. 검은 겨울이 눌러 있던 자리에 어느새 초록으로 빽빽하다. 창밖은 거친 봄바람이 구름 같은 송홧가루를 날리는데 창 안에 있는 나의 아침은 참 고요하다. 여행은 환상으로 시작된다. 목적지에 닿아야 하는 과정은 생각에도, 계획에도 빠져 있고 오직 목적지에 대한 환상만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녀온 후에 비로소 여독으로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된다. 여행사를 통해서 갈 때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가족여행은 운전을 하고 가는 시간이 힘든 게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가족이 좋아할까 하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몸만 힘들었던 나만의 여행보다 가족여행은 마음까지 힘이..

등산 2024.04.30

안동 만휴정과 묵계서원

청송으로 가는 옛길은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지만 풍경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청송 가는 길은 가깝고 운전하기에 편해 보여서 좋았다. 온통 산지인 곳을 수많은 터널을 뚫어서 이어진 서산 영덕간 길이 산골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를 주면서 충청남도 서산에서부터 영덕까지 이어지는 330.8킬로나 되는 긴 도로다 고속도로로 청송 가는 길에 지난 늦가을에 갔던 만휴정의 봄풍경은 어떤지 다시 들려보았더니 물도 더 많고 푸른색에 잠겨 있는 정자와 일대 풍경도 더 아름다워 보였다.창밖으로 길안천을 보면서 지나간다.사과꽃이 한창인 과수원도 보고...숲에 싸인 만휴정.지난번에 보지 못해 아쉬웠던 묵계정자도 들려서 고택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으로 보이는 사과꽃을 고향의 꽃으로 감상하는 재미도 좋았다.묵계서원..

living note 2024.04.27

수리산 임도트레킹

집 밖에만 나가면 몸에 와닿는 연둣빛 살랑이는 이파리들이 너무 싱그럽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려서 더욱 푸른 물이 올라있는 가로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이 좋은 계절을 좀 더 머물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여름을 반토막내고 봄을 심어 두고 싶다. 봄꽃의 주류를 이루던 벚꽃과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제2의 주류가 되는 오월이 오고 있다. 이산 저산 철쭉 찾아다니던 지난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 속에만 있다. 그만큼 높은 산보다는 트레킹 위주로 가다 보니 자꾸만 고도가 낮아져서 무리 지어 피는 멋진 군락은 볼 수없지만 야산에도 철쭉은 볼 수 있다. 사계절이 주는 행복은 끝이 없다. 철쭉이 지고 나면 오월부터는 주로 흰꽃이 많이 핀다. 대표적으로, 떼죽, 쪽동백, 덜꿩, 팥배, 산사나무,..

등산 2024.04.20

올림픽공원에서.....

모든 꽃이 일시에 왔다가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봄부터 겨울 눈꽃까지 꽃은 끊임없이 피고 진다. 꽃다울 때는 꽃을 모르다가 꽃에서 멀어지니 꽃을 알고 꽃이 좋아진다. 어쩌면 꽃다운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늘 그렇겠거니 하면서 소홀하게 흘려보낸 게 아쉬움이 남고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이 아릴까 싶다. 지난해 우연히 만났던 꽃나무가 아주 특별해서 그 때 못 본 친구들과 다시 찾아갔는데 때를 알고 갔지만 늘 조금씩은 빗나간다. 올림픽공원 조성이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나무들이 다 키가 크고 울창하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만난 이름도 생소한 귀룽나무 한 그루가 얼마나 크고 수형이 이쁜지, 거기다가 하얗게 꽃으로 뒤덮여 있는 나무가 너무 좋아서 어제 다시 갔더니 꽃이 지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다 ..

living note 2024.04.17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다더니 딱 맞는 말이네. 사월 초 대구에서 시작한 벚꽃놀이가 오늘로써 딱 열흘째다. 벚꽃명소를 찾아다닌 지 열흘 만에 내 몸은 꽃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쉬어야 할 때쯤이면 꼭 야속한 비가 내린다. 그때가 내일인지 벌써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별나게 온다고 한다. 비바람 천둥 번개라니, 꽃비가 내려 꽃물이 흐를 것 같다. 사월중순, 연분홍의 초절정을 이루는 나날들을 집안에 있으면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라도 하듯이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가는 곳마다 곱게 봄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잡기라도 하듯이 꽃나무 아래서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중에도 봄이 온 줄도 모르고 꽃이 핀 줄 도 모르고 허둥지둥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

living note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