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습기 없는 눈이 실가지 위에 곱게 내려앉는다. 눈 입자가 보일만큼 가벼운 눈이 힘없이 내리는 날이면 밟기도 안쓰럽다. 마치 고운 채로 친 쌀가루를 묻혀둔 것 같은 마을 공원의 풍경은 미처 거두지 못한 가을 위에 덮혀지면 붉고 흰 눈이 만들어 낸 그림 같은 풍경이 냉정한 겨울한테 밀어내지 말라는 가을의 부탁 같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어디로 떠난 것 같지만 아니다. 서로에게 스며든 계절이 하나가 되어 대지의 품에서 잠들어 있다. 때가 되면 고운 계절을 하나씩 낳아서 아름답게 보여 줄 것이기에 기다리는 그것이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