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고산정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한 가지를 포기하니 마음이 훨씬 여유롭고 포기한 것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은 것 같다. 아침안개가 다 걷히기 전에 종택 밑으로 내려가서 낙동강변을 걷다가 위쪽길로 올라가서 가송길로 약 20분을 걸으면 고산정이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이튿날 선비순례길 4코스를 걸어서 육사문학관까지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길이 끊기다시피 좋지 않다고도 하고 그보다 농암종택에서 고산정까지의 그림 같은 풍경이 좋아서 두 곳의 사잇길을 놀며 걸으며 고산정까지 갔는데 와, 이 골짜기에 이런 아름다움이 놓여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강 이쪽저쪽을 건너 다니면서 그 일대 액자 속 그림이 되어 마음껏 즐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속하는 가송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길은 차도이면서 농로이기도 하고 트레일이기도 한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 양 옆으로는 오른쪽에 청량산이 잡힐 듯 보이고 왼쪽에는 바위 절벽에 단풍이 물들었고 아래는 강줄기가 큰 소리로 선율을 이루며 흐른다. 들판에는 월동작물이 시퍼렇게 자라고 여러 가지 조합의 색상들이 어울려 그림을 그려놓은 그 길을 걸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좋던지 이것이 여행의 맛이지,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며 걸었다.
물길 따라 가송길을 가다 보니 가사리 다리를 건너 멀리 고산정이 보인다. 보통 정자라고 하면 팔각정이 많지만 고산정은 양반댁 집 같은 팔작지붕을 인 정자다. 온돌방도 있고 툇마루도 있고 이곳에서 기거를 하며 학문을 논하고 시를 지으며 여러 학자들이 모여 즐기던 정자라고 한다. 사람보다, 아니 주민보다 풍경이 더 많아 풍경 부자인 가송리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빈집이 없다고 한다 자부심도 대단해서 서로 동네를 가꾸면서 행복하게 산다니 모든 시골이 이렇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듯 안동 산천의 모습은 가송에서 시작하여 도산을 지나 하회까지 그 모습이 물돌이동을 만들며 길게 굽이쳐 이어지고 있다.
고산정은 조선시대 문신이자 의병장인 금난수가 학문과 수양을 위해 1564년에 지은 정자라고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향에 은거하며 노모를 모시다가 정유재란 때 고향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하며 안동을 방어하는데 공을 세웠다고도 한다. 고산정의 위치는 강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자연석으로 축대를 높이 쌓은 후 지어 올린 정자다.
길 전체가 그림이다.
참 고요한 길의 수채화 같은 가송길이다.
모래밭에 펄쩍 뛰고 싶어도 두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가송길의 끝에는 고산정이 있다. 담벼락에 가만히 기대어 있으니 볕이 따스하고 포근하다.
땅에서 불룩 솟아 강물과 정자를 아우르는 청량산의 한 자락이 물과 함께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산정에서 사방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 떠나고 싶지 않은 장소다.
가사리 다리
고산정 측면 옆에 고목이 된 탱자나무가 있는데 나이가 정자만큼이나 되어 보이는데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게 가시를 세워 정자를 지키고 있는 거 같다.
물빛이 비취색이다. 저기에 반영까지 드리우고 있더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정자 앞에 흐르는 낙동강
이 멋진 풍경 앞에 서면 뭐라도 하고 싶어 진다.
정자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고산정도 참 멋지다. 이쪽저쪽을 건너 다니면서 시간을 보낸 자유여행의 여유로움을 한껏 느켰다.
영화를 찍기 위해 고산정 앞 강물에 나룻배를 띄웠다고 한다. 물빛이 너무 이쁜 비췻빛에다 나룻배까지 나봇이 떠 있었으면 누구나 찾아보고 싶은 장소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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