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안동 만휴정과 월영교

반야화 2023. 11. 7. 10:37

3박 4일간의 여행 일정을 짜는데 안동에서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여행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가야 할 곳이 동서남북에 산재해 있고 거의 안동 시내에서 멀리 들어가는 농촌마을이다 보니 하루에 두세 번 다니는 버스의 시간을 맞추기란 어려움이 많아서 이틀간은 안동시티투어를 하기로 했다. 시티투어 차를 타면 멀어도 도로가 막히지 않으니 거의 40분 정도면 다 갈 수 있었다. 코스별로 선택해서 예약을 하는데 만휴정, 월영교, 봉정사가 묶여 있는 코스를 선택했고 나머지 하루는 하회마을 코스를 하기로 정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나 좋은 장소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먼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만휴정으로 갔다. 만휴정 가는 길목에는 바로 친정집이 있는 동네다. 거기까지 갔지만 친정에는 들리지 못했다. 혼자가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친정엄마가 계시지 않는 친정은 반쪽짜리 친정이다. 동네도 옛 동네가 아니고 친구도 없는 고향은 자꾸만 변해가고 차가 달리는 이 길 역시 새로 생긴 길이다.  내가 살던 그 시절에는 묵계정자, 묵계서원으로  불려졌지 만휴정이란 이름은 요즘에 알았다. 그것도 영화 한 편으로 유명세를 타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그 시골에 꽤나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었지만 살기가 더 좋아 보이진 않았다. 빈집도 있는 걸 보면 떠나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관광객일 뿐 눌러사는 사람은 줄어드는 농촌의 실정이 안타까웠다.

만휴정을 찾아가는 길이 마음은 창밖에 있었다. 고향산천에 마음을 빼앗겨 눈에 익은 스쳐가는 고향의 모습을 거슬러 올라가니 내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세월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낙동강이 흐르는 산천과 그 산 밑으로 휘돌아 치는 강물의 모습은 어쩌면 그리도 풍경이 비슷한지, 이곳 역시 우리가 이제까지 여행 중에서 본 낙동강변의 자갈들까지 닮아 있고  켜켜이 쌓인 암석층이 절벽을 세우고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모습도 너무 닮아 있다.

만휴정으로 올라가는 길

길안천, 묵계는 조용히 소리 없이 흐른다는 계곡인데 묵계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강폭을 넓히며 길안천이 되고 길안천은 영양군 일월산에서 발원해 여러 지류와 합류해 안동에서 끝나는 반변천으로 흘러든다.

반변천과 안동댐 보조댐에서 흐르는 물길이 만난 두 물줄기가 다시 합류해 낙동강이 된다. 안동댐과 반변천이 만나는 지점이 두물머리이고 낙동강의 시발점이 되는 지점인데 용상동에 낙동공원이 있고 그곳에는 낙동강 시발지라는 표지석이 있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요산요수의 만휴정은 조선 전기의 문신 인 김계행
(1431~1517)이 말년에 낙향해서  지은 정자다.

만휴정이란 ‘늦은 나이에 쉰다’는 뜻으로 현판의 이름이 그대로다. 김계행은 올곧고 청렴결백한 선비였다고 하며 "나의 집에는 보물이 없다. 오로지 청백뿐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자로 건너 다니는 좁다란 나무다리.



송암폭포, 닳고 닳은 바위의 검은 부분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콸콸 흘러내리며 한여름의 풍미를 뽐내던 폭포가 지금은 검은  자국만 남기고 물줄기는 가늘어져 있지만 그 여름의 폭포가 어땠는지 충분히 연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물이 가득 찬 계곡 위의 좁다란 외나무다리 위에서 찍은 드라마의 한 장면 때문에 저 다리가 정자보다 더 유명해진 것 같다.


키를 낮추면 두 개의 현판이 같이 보인다.

밑으로는 월영교의 풍경을 담은 것

임청각과 국보 제16호인 법흥사지 7층 전탑,
높이 17m인 이 탑은 8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법흥사에 있던 탑으로 추정되며 국내에 가장 크고 오래된 전탑이라고 한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탑 뒤에 있는 고택이 임청각인데 안동댐 입구에 있다. 임청각은 고성이 씨인 석주 이상룡선생의 99칸짜리 고택이다. 독립운동가를 11명이나 배출한 엄청난 명문가인데 일제가 독립운동의 맥을 끊기 위해 중앙선 철로를 마당을 통과하도록 놓았다고 한다. 현재는 복원공사 중인데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이 끝나면 들려봐야겠다.

월영교 중앙에 있는 월영정

안동댐의 보조댐 위에 놓인 나무로 된 유일한 다리고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다. 무덤에서 원이엄마의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가 발견되어 다리모양을 미투리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건너편에는 고목이 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아름다운 산책코스다.

안동댐 본댐의 제방, 멀리서 보면 수직으로 보이는데 직접 올라가서 보니 높이 83미터나 된다는 45도 각도쯤 되어 보이는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며 만들어진 제방이고 촘촘하게 돌 축대를 쌓아 올린 모습이다. 갈 때마다 저 위에 올라봤으면 했는데 이번에 올라가 봤다. 이전에는 금지구역이었다고 한다.


제방 위에서 보이는 보조댐 위로 놓인 다리들이 한눈에 다 보이는 장관이다.

다리 중간에 정자가 있는 것이 월영교다.

누각과 함께 멋진 풍경을 이룬다.

댐에 떠 있는 모습의 산이 댐을 에워싸고 있는 야산이다.

낙동 물길공원으로 가는 길 옆 은행나무

본댐 제방 아래 숨어 있던 낙동 물길공원인데 작지만 이쁜 공원이다.

낙동물길공원은 퇴계선생을 기리기 위한 의미로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이공원을 이전에는 들어갈 수 없어 비밀의 공원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비밀이라는 말 때문에 더욱 궁금해졌던 것이 풀리니까 모두가 보고 싶어 지는 것인지 몇 개 안 되는 돌다리가 포토존이 되어 건너기도 힘들었다.

월영교 야경을 보기 위해 갔다가 건너편 산 아래로 놓인 데크길 산책로를 어두운 밤에 한 시간을 걸었다.

월영공원에 있는 보름달이 뜬 카페

자유여행의 여유

월영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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