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병산서원

반야화 2023. 11. 9. 18:01

이번 안동여행의 기록을 쓰다 보니 마지막장에서 알게 된 공통점은 어디를 가나 학문과 만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자들이 만년에 남긴 안빈낙도의 삶이 한결 같이 고향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었으며 삶의 흔적들을 남겨 잠시나마 후대에게 생의 마무리가 얼마나 아름다워야 하는지 군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과 오랜 세월 속에서도 그것을 잘 지켜내고 있는 후손들의 노력도 볼 수 있었다.

만휴정, 농암종택, 병산서원, 하회마을을 돌아보면서 청렴결백하게 하게 살았던 분들만 낙향하기를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부귀영화를 원했다면 두메산골 외진 고향으로 찾아들지 않았을 것이다. 서원과 종택을 찾아가는 곳마다 편리한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에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그 옛날에는 얼마나 더 불편했을까. 한 번 눌러앉으면 바깥세상과 단절될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장소만은 거의가 비슷하게 물과 산에 접한 아름다운 장소에 꽃 같은 정자를 지어 학문을 즐겨하며 후학을 배출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한 생애의 마무리가 이와같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교훈으로 보여주는 흔적들이었다.

병산서원의 가을색이 빛나지 않는 것은 선비정신에 따른 꽃나무를 조성하고 단풍이 드는 나무가 거의 없어서 겨울 같은 느낌이다.대신 매화와 배롱나무가 많은데 그것도 다 뜻이 있지 싶다.매화는 사군자에 속하며 혹한을 견디어 내는 매화의 꼿꼿한 인내의 속성과 닮은 선비의 절개와 성품이 같고, 겉과 속이 같은 배롱나무는 표리부동한 정신을 나타내는 선비의 마음가짐 같은게 아닐까.

서원 출입문인 복례문과 만대루 지붕.

병산서원은 먼저 강학영역인 복례문을 통과하면 만대루가 나오고 만대루를 지나 입교당과 매화나무를 앞세우고 좌우에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 서재가 양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서원 뒤에는 사당인 존덕사가 있고 왼쪽 담장 밖에는 제사준비를 하는전사청이 있는 구조다.

만대루, 만대루를 지나 서원으로 올라가는데 만대루의 기둥은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기둥을 썼는데 아랫부분이 온전치 않는 것이 세월을 그대로 보여준다. 만대루의 면적은 동재와 서재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로 가로로 서 있는데 그 크기가 다른 전각들에 비해 압도적인 멋이 있다.

입교당 마루에 앉으면 만대루의 거대한 풍체와 병산이 한눈에 펼쳐보인다.봄이면 입교당 앞의 매화향을 맡으면서 한없이 앉아 즐기고 싶은 누마루다.낡은 통나무 기둥으로 밭치고 있는 누각이 위태롭기도 하고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것은 세윌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서원의 오른쪽에는 동재, 왼쪽에는 서재를 갖추고 있으며 동재는 연령이 높은 유생, 서제에는 어린 유생들로 따로 구분해서 생활을 하도록 배려한 유생들의 기숙사다. 동제와 서재 앞에는 고목이 된 매화나무가 있어 한여름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유성룡선생의 위폐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존덕사.

내삼문 , 사당인 존덕사로 들어가는 문인데 안을 볼 수 없어 존덕사는 볼 수 없었다. 앞에는 380년이 된 보호수인 배롱나무가 있다. 꽃이 진 것이 안타까워서 조화를 달아놓았다. 저 고목에 꽃이 핀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꼭 보고 싶은 한 장면이다.  

문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답다.

전사청, 제사를 준비하는 곳.



만대루의 기둥,통나무 기둥 36개를 다듬지 않고 생긴그대로 누각을 받치고 있으니 누각은 병산서원의 고목에 핀 꽃이 된 것 같다.

만대루의 지붕


광영지, 작은 연못이 우주를 담고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내모나 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멋진 병산이 우뚝 서 있는 앞으로 낙동강이 맑게 흐르고 있어 뭐하나 아쉬운 것 없이 다 갖춘 서원이니 공부가 절로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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