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습기 없는 눈이 실가지 위에 곱게 내려앉는다.
눈 입자가 보일만큼 가벼운 눈이 힘없이 내리는 날이면
밟기도 안쓰럽다.
마치 고운 채로 친 쌀가루를 묻혀둔 것 같은
마을 공원의 풍경은 미처 거두지 못한 가을 위에 덮혀지면
붉고 흰 눈이 만들어 낸 그림 같은 풍경이
냉정한 겨울한테 밀어내지 말라는 가을의 부탁 같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어디로 떠난 것 같지만 아니다.
서로에게 스며든 계절이 하나가 되어 대지의 품에서 잠들어 있다.
때가 되면 고운 계절을 하나씩 낳아서
아름답게 보여 줄 것이기에 기다리는 그것이
그리움이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끝없는 새로움 (0) | 2024.02.28 |
---|---|
작은 송년회 (0) | 2023.12.26 |
2023년 첫 눈 출사 (0) | 2023.11.17 |
병산서원 (0) | 2023.11.09 |
안동 만휴정과 월영교 (0) | 2023.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