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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없는 아가씨 얼레지

정년을 퇴직한 주부가 집안행사를 체크하는 것보다 자연의 행사를 더 체크하며 날자를 기다린다. 언제 어디를 가야 되는지 그날을 체크하고 찾아다니는 게 일과라니, 집안에서 내 역할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남는 시간은 오직 내 행복을 찾아다니는 날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봄의 연중행사에서 빠진 적이 없는 것이 노루귀와 얼레지를 보는 것이다 올봄도 두 가지를 다 봤다. 노루귀는 다소곳이 얼굴을 숙이고 있는 얌전한 아가씨라면 얼레지는 속없는 아가씨다. 저렇게 속을 다 보여주면 어쩌자는 건지, 발랄하고 깜찍한 얼레지의 속을 살펴보면 참 이쁘고도 귀엽다. 긴 꽃술 끝에 까만 씨방을 달고 있으며 분홍얼굴에 하얀 분을 바른 듯이 흰 부분이 있고 거기에 또 이쁜 무늬를 만든다. 여섯 장의 꽃잎 흰 부분에는 W자로 보라색..

등산 2025.04.18

벚꽃앤딩

산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비 온 후에 걷는 산길이 얼마나 좋은지를. 간밤에 마른땅을 흠뻑 적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비가 온다고 했지만 아침에 반짝 빛이 나서 바로 뒷산으로 갔다. 역시 촉촉한 산길이 너무 좋다. 검은 가지들 뒤로 연한 빛이 감도는 숲도 좋고 숲이 깨어나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너무 좋아 심호흡을 들이키며 올랐다. 지금쯤 산벚꽃이 무척 좋을 거란 생각으로 갔지만 지난해 이즘에 흐드러지게 피어나 온통 산이 하얗더니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꽃이 별로 없었다. 진 것도 아니고 아예 꽃이 맺히지를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실망하고 단국대 캠퍼스로 내려갔다. 단국대 교정 안의 차도변에 키는 작지만 탐스런 벚꽃이 흰나비의 군무처럼 거친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내친김에 법화산 아래 있는 단국대 대..

등산 2025.04.13

벚꽃명소를 찾아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니까 몸도 마음도 바쁘다. 어제는 벚꽃명소를 찾아서 남산과 현충원으로 갔는데 절정을 이루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남산은 벚꽃을 보기 위해 몇 번을 찾았지만 너무 늦거나 너무 일러서 제대로 못 봤고, 현충원 수양벚꽃이 가장 좋다는 말만 들었지 보지는 못했는데 올봄에는 하루에 두 곳을 봤다. 이 외에도 수도권의 벚꽃명소가 있지만 매일 나가지 않으면 봄비가 시샘을 해서 꽃잎을 다 떨어뜨리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된다. 해마다 벚꽃이 절정일 때 비가 내렸다. 올봄도 예외 없이 월요일에 비예보가 있는데 아직 봐야 할 곳이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때를 놓치지 않고 보고 싶은 명소는, 서울대공원, 광교호수, 물향기수목원 등이 있는데 기다려주면 좋겠다. 남산으로 가기 위한 길은 많지만 충무로역에서 ..

living note 2025.04.11

문경 돌리네습지와 소야벚꽃길

운달산에서 산사 세 곳을 돌아본 후 시내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잘 알려지지 않은 습지가 있다고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그곳으로 간다. 시내기준으로 서남쪽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이름도 이쁜 돌리네 습지(doline)로 간다. '돌리네'란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녹아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라고 한다.굴봉산 정상부 400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습지가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궁금하다.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굴봉산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산길이어서 차가 들고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길이다. 산 아래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예전에는 습지에서 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돌리네 습지는 2024년 2월 2일, 우리나라 25번째이자 경상북도 최..

living note 2025.04.08

문경투어

코스: 김룡사-대성암-화장암-돌리네 습지-소야벚꽃길,봄이란 올 때는 더디고 갈 때는 쏜살같아한 철 꽃지고 나면 하룻밤 일장춘몽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중에도 깨어 있는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인가? 달력 속의 빼곡한 일정이 마음을 바쁘게 하지만 봄 속에 있다는 것이 그래도 너무 좋다.한참 전에 받아놓은 문경으로의 여행인데 경북지방에 산불이 난 후여서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차가 경북으로 갈수록 혹시 불탄 흔적이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보는 것이 괴로워질 뿐 아니리 자칫 여행하는 마음에 상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창밖을 주시했지만 다행히 문경 쪽은 무사한 것 같아서 마음 편히 문경시내를 통과하고 목적지로 깊숙이 들어갔다.*운달산 금룡사 홍하문*이번에 가는 여행지는 존재..

등산 2025.04.08

노루귀의 귀환

불타는 산야의 가슴에도 조용히 꽃이 피어났다. 어느 때보다도 혼란한 세상에 불까지 질러 세상은 온통 지옥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고향이 불타고 고향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해서 꽃을 보고도 꽃을 봤다는 말을 못 한 채 며칠이 지났다. 검어진 고향산천에는 꽃도 죽고 모든 생명들의 한 해 살이가 죽었다. 이 좋은 봄이 왔는데 고향의 봄은 꽃대궐이 아니라 한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를 겪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자연은 삶이 되풀이된다. 추워도 살아지고 더워도 살아지는 삶, 비바람 막아주고 비료 주는 게 아니라 척박한 흙 한 줌에도 살아내는 자연이 위대하다. 기후의 악조건에서도 살아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스로, 있는 그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자연이다. 가장 잘 사는 방법을 제시해 주..

등산 2025.04.01

남도로 간 봄마중(다압 매화마을)

다압이란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지만 난 알 것 같다. 다압에 매화가 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압도해 버린다는 걸, 봄의 축제에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남도로 가서 서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매화의 만개를 보면 축제를 위한 수많은 먹을거리, 호객하는 유행가의 소음, 들판의 봄풍경 등 심지어 긴 강줄기를 펼치고 있는 섬진강 의 유려한 흐름까지 다 압도해 버려서 오직 매화 하고만 눈을 맞추려는 심상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유발 하게 된 다압은 매화마을이 되기 전부터 어떤 운명적인 지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언젠가 쫓비산을 하산해서 매화마을을 둘러본다는 등산코스에 따라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하산해서 돌아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매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등산은 패스하고 바로 매화마을로 향하..

living note 2025.03.21

섬진강에 반하다.

말로만 듣던 섬진강 물을 만졌다. 남도여행에서 멀리서만 줄기를 볼 뿐 강가까지 내려가서 모래사장을 걷고 물을 만지고 그 맑고 깨끗한 물에 세심까지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섬진강 둘레길을 걷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매화마을 찾아가는 길에서 잠시나마 그 길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싶디 싶다" 노래를 부르면 언젠가는 뜻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 오늘 보지 못한 나머지의 강줄기를 더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을 간직해둬야겠다. 강에 내려서기 전 하동에 들어서면서부터 목적지로 가는 차도의 풍경이 너무 좋다.우뚝한 백운산이 강을 거느리고 산따라 흐르는 깊은 물은 바다색 같이 맑은데 수변에 매화까지 꽃을 피워 둔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과 강과 꽃이 세 줄기를 이루어 달리면서도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걸..

living note 2025.03.21

빛의 이름

온기, 냉기, 열기.계절에 따라 빛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겨울 남향에서 깊이 들어오는 해는 온기를 주고, 여름 서향에서 깊이 들어오는 빛은 열기를 준다. 겨우내 방 안으로 깊이 들어오던 따스하던 빛이 요즘은 자꾸 밀려나면서 아침마다 좀 천천히 나가라고 붙잡고 싶은데 요즘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한 뼘정도 남겨주고 밖으로 소리 없이 나가는 중이다. 아침마다 냉기를 데워주던 고맙던 빛이 한 뼘씩이나 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만큼 시간이 달아나는 것 같다. 아직은 빛이 사라지면 실내는 냉기가 돈다. 연료보다 더 따스했던 빛이었는데.....내 방에서 밀려가는 빛의 온기는 아주 밉지는 않게 내 화단에 있는 꽃에 듬뿍 양식을 만들어준다. 겨울 동안에 온도계를 보면서 꽃들을 들였다 냈다 하면서 관리를 했더니..

living note 2025.03.10

봄무대의 장막을 연 복수초(물향기수목원)

검은 암막커튼 같은 겨울이 밀려나면서 화사한 꽃무늬의 커튼이 열리더니 지난해의 봄을 다시 불러 세우는 커튼콜이 열였다. 가장 먼저 무대인사를 한 복수초가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듯 노랗게 방긋 웃고 있다.매섭던 찬바람의 성질이 유순해지더니 멀리 남쪽으로 봄을 데리러 길을 떠났는지 날이 따스하다. 얼마나 이쁜 봄처녀를 데려올지 기다리는 시간의 조급한 마음을 달래주며 언 땅에 금을 내더니 그 틈을 비집고 복수초가 먼저 얼굴을 드러냈다. 오늘 같은 날씨가 일주일만 이어지면 뒤이어 땅에서는 노루귀, 봄까치, 봄맞이 현호색 얼레지 등 수많은 봄꽃들이 존재를 드러내게 될거다.머잖아 수많은 봄꽃들을 맞이할 때는 이쁘다고만 할게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가짐이 된다.고생 많았지?살아 있어서, 다..

living note 202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