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겨울이라고 해야겠다. 한 주 전만 해도 늦가을 만산홍엽 속을 헤매었는데 갑자기 영하권의 날씨에 겨울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이렇게 음산한 날은 약속 없으면 나가고 싶지 않다. 늘 약속을 해주는 트레킹 마니아의 친구들이 있어서 내 건강의 지킴이가 되어준다. 서로에게 우리는 그렇다. 단풍도 없고 낙엽이 깔린 겨울산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가을이 다녀간 뒷모습의 여운이 남아서 여전히 향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잎들을 다 떨구어낸 모체는 한동안 할 일 다 한고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그런데 그 휴식이란 게 쉽지가 않다. 이제부터 설한풍과 싸우면서 역경을 이겨내야 할 숙제 같은 삶이 기다린다. 잎들은 모체를 위해 영양분을 돌려주려고 스스로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떨어진 잎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