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봄비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요란한 비가 아니라 겨울꽃눈을 살살 만지며 눈을 뜨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 눈을 뜨려는 산수화에 노란 물방울이 봄망울 같이 대롱대롱 맺혀 있다. 비 내리던 날씨가 새벽사이에 함빡 눈으로 바뀌면서 남몰래 꽃을 피우고 있었나 보다. 어릴 때의 기억에도 저장되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겨울풍경은 밤사이 내린 눈이 아침에 문밖으로 나갔을 때 와! 하고 새로운 세상이 된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던 그 기억이다. 우리 동네는 키 큰 나무와 숲이 좋아서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는 있지만 때마침 트레킹 약속이 있는 날이어서 너무 좋았다. 가까운 건 늘 멀리에 밀리는 순서에 놓인다. 그래서 여행은 먼 곳에 가면 뭔가 더 좋은 것이 존재할 것 같은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