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인 꽃 한 포기가 거대한 대지에 균열을 일으키는 봄은 퍼펙트 매직이다.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센 척 불어데지만 꽃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결국 꽃은 피었고 가이아의 모성을 꺾지는 못한다. 대지 위에 펼쳐지는 생명의 봄은 정신건강을 위한 보이지 않는 보약이다. 온갖가지 꽃들이 피어나 겨우내 메말랐던 마음에 건강한 행복으로 채워주기 시작했다.
언 땅을 녹이고 올라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꽃을 보는 시간는 해마다 조급하다. 자연은 조금씩 그 약속에 어긋남을 보여주는 듯해서 올해도 조급증을 늦추지 못하고 노루귀와의 약속장소로 갔더니 우리들의 약속은 서로 시간을 착각한 듯 꽃은 천천히 오고 있는 중이고 우리는 채 도착이 완료되지 않은 무리들과 짧게 대면했지만 그래도 온다는 약속을 영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너무 고마워서 아직 꽃잎을 다 펼치지 못해 떨고 있는 꽃봉오리를 고이 담아왔다. 다음엔 우리가 조금 더 늦게 와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만나자고 약속을 남겼다.
매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노루귀를 영접하는 것이 이어질 꽃들을 대면하기 전의 연례행사다. 우리는 꽃들이 오는 차례를 다 알고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도 다 안다 여러 번 그렇게 만나서 봄과 꽃과 나와 무언의 약속으로 우리는 만난다. 노루귀, 그 가녀린 털보숭이 꽃대에서 떨고 있는 꽃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꽃대만큼 나의 마음도 떨려서 온전하게 내게 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인내심으로 결국 이쁘게 내게 오는 꽃을 고이 안고 오는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모든 꽃들과의 약속이......
올괴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