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봄물결

반야화 2024. 3. 24. 15:22

봄이 솟아오른 땅에 발 딛기조차 조심스럽게 산길을 간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훈풍이 봄을 부르는 마중물이 되었나,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빛깔이 달라지고 있는 이때가 난 가장 좋다. 봄이 한창일 때보다 어디선가 보이지도 않는 매화의 영혼 같은 향기가 내 코끝에 스며들고 갓 핀 어린싹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는 시간이 너무 짜릿하다. 봄은 어디에 머물다가 나타나는가.

대지의 태중에 잠들었던 봄의 생명들이 소록소록 자라나면 마음속 봄에대한 상념들도 자라나 뭔가를 글로 표현해내고 싶어 진다. 그러나 자연을 눈으로 보는 만큼 표현하는 건 나로선 불가능하다. 그 신비를 글로써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늘 한계에 부딪친다. 그럴 때는 차라리 사진을 찍어서 그림이노라 하고 붙이는 게 편하다.

청계산에 노루귀가 산다는 소문만 듣고 찾아갔지만 그 넓은 산 어디에서 찾을까. 그저 행운을 바라며 길을 갔지만 결국 노루귀는 찾지 못하고 비만 맞았다.

쭉쭉 뻗은 나무들 틈 사이로 보이는 연두색의 가녀린 새잎들이 너무 귀엽다. 저 잎들이 자라나고 녹음이 짙어지고 단풍 들어 한 해를 잘 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따라 늙는 것이 인생이다.

현호색이 긴 목을 빼고 한껏 벌린 입으로 봄맛을 흡입하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새까맣던 버들강아지가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 이쁜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탄천으로 갔더니 아직은 다 피지 못했고 매화, 산수유 등이 먼저 만개해 있다. 이제 곧 탄천 수변공원은 벚꽃으로 장관을 이룰 것이다. 그때도 놓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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