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지났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팔공산 동화사를 찾았지만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이 뭔지 종교가 뭔지 관심도 없었던 전생 같은 시절이었으니 기억이란 것이 선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었던 곳 중의 한 곳이었다. 기억 속에는 동화사 경내로 들어서기 전 어디쯤에 아주 큰 벚나무와 왕벚꽃이 있었다는 것인데 잘못된 기억인지 현재의 동화사에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팔공산의 찬기운이 아직 꽃을 피워내지 못한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꽃 없는 빈 가지에서 꽃너머의 꽃과 숲을 이루는 동화사의 풍경을 마음의 눈으로 음미할 수 있었다.
동화사 경내로 들어서기 전에 보이는 전경은 얕은 분화구 같은 아늑함으로 팔공산 기슭에 잠겨 있었다. 명산은 명찰을 품고 있어야 서로 기를 북돋우며 산도 절도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찾아가는 사찰마다 어쩌면 그렇게 좋은 자리에 있는지 언제나 머물고 싶은 곳이다. 동화사를 둘러싸고 있는 팔공산 낮은 산길을 걸어봐도 너무 좋을 것 같았지만 비는 오고 갈길은 멀고, 미련이 남으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고 돌아와야 했다.
갓바위를 찾아가는초입부터
아무것도 안보이고 검은 나무만 보인다.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으로 꽃길이 되어있는 갓바위 오르는길.
안개속의 희미한 갓바위
팔공산 동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의 본사이며 통일신라시대의 절로 금산사 , 법주사와 함께 법상종 3대 사찰의 하나라고 하며 고려 문종 때에는 이 절에서 총림의 거목이 된 1,000여 명의 승려들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전각들은 임진왜란으로 동화사 전체가 불타버린 후 여러 차례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며 동화사에는 5개의 보물이 있다. 비가 와서 암자에 있는 보물을 다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보물로 지정된 당간지주(보물제제 254호), 금당암 3층석탑(보물 제248호), 비로암 3층석탑(보물 제247호),
비로암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244호), 동화사입구마애불좌상 (보물 제243호)·석조부도군 등이 있다.
설법전
대웅전
통일기원대전
통일 약사대불
비로전
사물( 소종, 법고, 목어 운 판)이 있는 통일범종각. 사차원의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두루 구제한다는 뜻으로 예불시간에 각각 쳐서 울린다.
봉서루
비가 와서 공작단풍의 실가지에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너무 예뻐서.....
통일기원대전
사람은 젊음이 좋고 이쁜데 나무는 고목일수록 멋지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결 같은 나뭇가지를 보면 인고의 세월 동안 팔공산에 부는 바람을 막으며 온몸으로 사찰을 지켜온 것 같다.
동화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물, 나무로 만든 대중의 밥을 보관하던 구시와 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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