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빛의 관계, 빛을 너무 좋아하지만 달아나는 빛을 따라 가지 못하고 그늘진 응달에서 늘 빛을 기다리는 꽃, 그 조금의 양식 같은 빛으로 피워낸 이쁜 꽃이 열흘을 못 넘기는 걸 보면 안타
깝다. 해는 지나가기 바쁘고 꽃은 빛을 쫓아가기 바쁜 게 짧은 봄날의 술래잡기다.
지난해 북한산에서 보았던 청노루귀와 처녀치마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곳에선 노루귀는 만났지만 처녀치마는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치마는 길게 내려뜨리고 있었지만 꽃은 없었다. 어쩌면 어떤 나쁜 손길에 의해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길을 잘 못 들여 엉뚱한 곳에서 처녀치마를 봤고 처음 가려든 곳에서는 꽃은 없고 치마자락인 잎만 치렁치렁 했다. 귀한 꽃을 누군가 혼자만 보고 꺾어버렸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돌아오면서 봄이 자라고 있는 색상들의 어우러짐이 잔잔한 풍경을 자아내는 모습을 보는것도 참 좋았다. 일 년을 기다렸던 꽃, 다시 일 년 후를 약속하며 하산
했다.
중성문
미선나무꽃, 흰색과 분홍색
중흥사 앞 산수유
오늘의 주인공, 처녀치마
청노루귀를 보러 갔는데 분홍도 희색도 있었네.
괴불나무꽃
현호색
입구에서 보이는 의상능선과 용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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