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주왕산을 다녀와서......

반야화 2024. 4. 30. 13:12

먼 길 다녀온 여독을 달래며 차 한 잔 앞에 놓고 음악이 흐르는 창가 티테블에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쓴다. 검은 겨울이 눌러 있던 자리에 어느새 초록으로 빽빽하다. 창밖은 거친 봄바람이 구름 같은 송홧가루를 날리는데 창 안에 있는 나의 아침은 참 고요하다.

여행은 환상으로 시작된다. 목적지에 닿아야 하는 과정은 생각에도, 계획에도 빠져 있고 오직 목적지에 대한 환상만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녀온 후에 비로소 여독으로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된다. 여행사를 통해서 갈 때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가족여행은 운전을 하고 가는 시간이 힘든 게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가족이 좋아할까 하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몸만 힘들었던 나만의 여행보다 가족여행은 마음까지 힘이 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함께 했던 시간들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행복한 일이기 때문에 가끔은 필요한 것이 가족여행이다.

주왕산은 역시 가을에 봐야 제맛이다. 바위들의 얼굴도 단풍 속에서 더 잘 드러나고. 단풍과 어우러진 협곡의 단애와 폭포의 물색도 단풍과 있으면 더 아름다운 절경이 된다. 이번에는 수달래가 피어 있는 주방천을 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꽃은 별로 없었고 간혹 보이는 수달래는 겨우 명목을 이어갈 정도였다.

청송숙소, 주왕산 황토방 펜션에서 일박을 했다.
새벽에 몰래 일어나 펜션 주변을 살피며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새벽산책인데 먼 산에 운무 피어오르고 안갯속에 깨어난 하얀 사과꽃들이 이슬에 젖은 가운데 낯선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특별한 들판에는 벌써 농부들의 일손이 바쁘다. 주인장이 정성 들인 아기자기한 주변의 정원이 참 이쁘게 잘 정리되어 있어 다 둘러본 후  조용한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풀 끝에 맺힌 이슬이  반짝이는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 들판 한가운데 지어진 펜션은 너무 한갓지고 조용해서 심신에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주변에 식당은 없어서 전날 저녁은 달기약수탕까지 가서 백숙을 먹었는데 차로 21분 거리지만 저녁 어스름에 가는 좁다란 산길이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 주왕산까지는 승용차로 6분 거리에 있어서 아침에 산까지 가는 데는 가까운 거리였다.

밤에는 별도 보고, 북두칠성이 잘 보인다.

산책 중에 봤던 새벽이슬이 여명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

모과꽃

펜션에 있는 도화

멀리에서 볼 때가 가장 온전하게 보이는 주왕산의 랜드마크 같은 봉우리인 기암이다.
마장군이 주왕을 토벌하고 깃발을 꽂았다고 해서 기암이라고 한다.

대전사 앞마당에 활짝 핀 모란.

주방천계곡길, 맨발로 걷기에 좋아 보이는 매끈한 황톳길이다.

대전사와 기암

물기에 겨우 보이는 수달래.

급수대

시루봉 측면인데 보기에는 거인봉이 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바위에 피어 있는 수달래가 너무 애처로울 만큼 빈약하다.

수달래, 지금이 수달래가 한창일 것 같아 찾아갔는데 꽃은 축제를 열만큼 많지 않았다. 생각으로는 주방천 따라 수달래가 분홍물결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상상으로 가족을 대동하고 찾아갔건만 겨우 눈에 띌 만큼 꽃이 별로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니면 다른 곳에 군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달래의 유래를 보면 주왕산 계곡에 있어야 어울린다.

시루봉의 거인상

용추협곡의 옥류.

학소대

용추폭포

용추협곡의 장엄함,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면 용추협곡이 주왕산 절경의 하이라이트다. 위쪽으로 몇 개의 폭포가 더 있지만 먼 길 오가는 여행의 피로도를 생각해서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갔다. 세 번이나 찾은 나한테는 미련이 없지만 더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에는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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