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과 혹서를 견디다 보면 다시는 다른 계절이 오지 않을 것 같음을 느낀다. 겨울 뒤에 봄이, 여름 뒤에 가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투정을 부린다. 계절의 악조건을 견디어 낼 때에는 그것마저 뭔가 쓸모 있음을 찾는다면 나쁜 계절은 없다. 두 번이나 미루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최적의 날을 맞았는데 내 몸 컨디션이 엉망이다. 전 날 밤 잠을 놓쳐버리고 겨우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안 좋았지만 내가 만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이 더 안 될 일이어서 먼저 도착할 친구에게 약을 부탁하고 기어이 그 장소, 그 길을 올랐다. 몸이 안 좋아도 산속에 더 좋은 처방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너무 좋은 풍경을 보면 혼자 독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