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청량산도립공원(축융봉)

반야화 2023. 11. 5. 17:06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 싶다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것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번 3박 4일간의 안동여행도 그랬다. 몇 년 전에 혼자 도산서원에서 이육사문학관까지 걷다 보니 왕모산 밑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멋진 풍경에 반해 일대를 서성이다가 조금 더 올라가니 단천교에서 시작되는 여뎐길이라고 하는 미완성의 길이 표지판만 있고 공사 중이라고 해서 더 가지 못하고 돌아서며 퇴계선생이 청량산까지 산책을 했다는 퇴계오솔길을 따라  다음에 꼭 걸어보겠다고 마음먹고 늘 그 길을 그리워했다. 그 후로 여태 가지 못하다가 3년이란 시간 속에 여행길이 묶이기도 해서 훌쩍 세월만 흘려보내는 사이 길은 완성이 되었고 그 길은 선비순례길 4코스라는 새로운 테마길이 되었다. 그래서 계획된 여행길에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고 모든 일정을 내가 짰다.

여행일정을 짜다 보니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안동의 대중교통 이용이 너무 불편했다. 4일간의 짐을 지고 산을 올라야 하는 첫날이 문제였다. 그것도 평소에 배낭여행을 잘하지 않던 친구들이 걱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할 수 없는 난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뿐이었다. 첫날 코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봉화행 버스를 타고 봉화에서 택시로 청량산 입석 주차장까지 가서  오전 11시쯤에 산행을 시작하는 거였다. 여러 번 코스 거리와 시간 계산을 해서 넉넉하게 잡아도 가능한 길이었다. 동선은, 청량산을 하산해서 강 따라 선비길 4코스를 걸어서 고산정을 거쳐 농암종택까지 가서 숙박을 하는 거였다.

높은 산을 가지 않는 친구들이 걱정이 되어 많이 긴장을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는데 천천히 산행을 하면서 예상대로 하산을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팔부능선 정도부터는 경사도가 가파르고 너무 힘들게 산행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걸어서 숙소까지 갈 수도 없었고 해도 짧아서 택시를 타고 바로 숙소로 갔더니 딱 예상한 시간대에 들어갔다. 문제는 워낙 오지여서 택시를 불러도 잡히지 않는 거였다. 사람도 보이지 않는  마을에서 겨우 그곳 주민을 만나 부탁을 했더니 봉화의 지인을 소개해주어서 택시를 불러 타고 갔는데 안동은 이동할 때 택시비는 기본이 4만 원일 정도로 먼 거리에 탐방코스가 떨어져 있다. 봉화에서 청량산까지 4만 원, 하산해서 농암종택까지 4만 원, 농암종택에서 이튿날 안동까지 오만 원, 하루에 두세 번 있는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너무 힘든 안동여행이다.

안내소가 있는 청량지문을 통과해서....

입석쉼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축융봉코스로 가는 다리를 지난다. 비가 온 후여서 산길은 호젓하고 촉촉해서 걷기에 너무 좋고 시작부터 단풍이 아름다워서 마구 설레게 된다. 산행길에 안내표지판이 촘촘히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초입의 단풍이 너무 곱다. 이 다리를 건너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대로 같은 넓은 길이 나오고 차가 높은 길로 올라가는데 그 높은 곳에 농가 같은 두어 채의 집이 있었다. 임도 같은 길을 힘들지 않게 팔부능선까지 오르면 공민왕 사당이 나오고 흙길이 이어진다.

임도 같은 길로 올라간다.

길을 오르면서 왼쪽으로 펼쳐진 봉우리들을 살피면서 천천히 오른다.



길 오른쪽 한참 위로 공민왕 사당이 있는데 단풍이 절정이어서 잠시 올라가 본다.
담장 위에는 자그마한 전각 두 개가 있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피신을 했다는 곳, 청량산의 신으로 모셔진 공민왕은 몽진(피난) 길에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고 하는데  안동으로 와서 청량산에 산성을 쌓고 산의 역사를 지켰기 때문에 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안동에는 공민왕의 전설이 많다. 왕의 어머니를 모신 왕모산에 왕모당이 있고  노국공주를 모신  청량산 응진전이 있으며 현재도 재현되고 있는 안동여인들의 놋다리밟기도 노국공주가 강을 건널 수 있게 몸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일행들이 축융봉에 오르지 못할 것 같아서 내 그림자로 인증을 했다. 뒤따라 올라오는데 오를 수 있을지 몰라서 미리 인증을 남기는데 축융봉을 오르는 철계단이 가파르다.

축융봉 반대편에 비슷한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결국 다 올라서 셋이서 다시 인증을 했다. 함께 올라 인증을 남길 수 있어 참 감사한
장면이다. 축융봉이란 뜻은, 남방의 불을 담당하는 화신을 의미하는데 남쪽으로 올라오는 화마를 막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저 뿌듯한 미소를 보라, 정상에 오르지 못할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여기 오르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한 것이 분명 효과를 본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는 거 없이 잘 따라와 준 고마운 여인들 둘 사랑합니다.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에 하늘다리가 놓인 게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가장 높다고 한다. 그 뒤로 장인봉이 나란히 보이는 멋진 장면이다. 청량산 육육 봉이라고 하는데 12 봉우리 이름을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봉우리에 명명을 했다고 한다. 명승 23호로 지정된 청량산의 주봉이며 가장 높은 것이  장인봉이며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가 우리가 올랐던 축융봉이다.

산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면 모든 봉우리가 북쪽에 위치해 있고 길은 위로 높게 그려져 있다.그런데 축융봉이 가장 짧은 코스로 되어 있고 길의 그림은 가로획으로 아주 완만하게 그려져 있다.그래서 쉬운 길은 줄 알았더니 힘들었다.청량 지문을 들어서면  청량산길을 중심으로 왼쪽에 봉우리가 모여 있고 길 오른쪽에 축융봉 하나만 있다.
하산길에 낙엽이 싸여 미끄럽고 깎아지른 길이 불안불안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더욱 선명한 봉우리와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축융봉에서 보라보는 거리가 먼 원경이어서 아쉽다. 그야말로 만산홍엽이다. 다른 봉우리들은 이미 다 가봤지만 축융을 처음으로 올라 청량산 전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하산하는 길은 온통 노란 생각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바탕색이 되어 있다.

생강나무 안에서....

장대한 팥배나무



정상을 오른 후  가능함을 발견한 행복한 순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퇴계 사색길이 있는데 이 길이 걷고 싶었던 예던길이라고 쓰여 있다. 축융봉에서 역으로 선비길 4코스를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하산길에는 선비길이란 표시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었는가 싶기도 하고 내가 걷고 싶었던 길이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물이 주차장과 상가동을 감싸고 둥글게 흐르는 모습.

전망대에서 보이는  낙동강 물줄기.

낙동강변에 우뚝한 절벽의 단애가 너무 멋있다 이곳이 학소대다.

숙소인 농암종택 근처 대자연가든에서 먹은 저녁, 안동찜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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