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안동 농암종택

반야화 2023. 11. 6. 13:03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걸어서 농암종택까지 올 계획이었으나 산행에서 쌓인 피로 때문에 택시로 바로 오고 말았다. 평소에 우리가 하던 트레킹에 비하면 거리상으로 가능했으나 이어질 일정을 생각해서 숙소로 바로 왔다. 해 질 무렵에 농암종택에 들어섰더니 농암선생의 17대 종손인 이성원 종손님의 안내를 받아 한속정사로 들어갔더니 이미 따뜻하게 방을 데워놓으셨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선 여정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대자연가든으로 안내받아 저녁을 먹고 밤길을 걸으며 숙소로 가는데 물소리 풀벌레소리만 들리고 하늘엔  별이 총총한데 폰 플래시로 길을 밝히며 밤 마실길 같은 숨죽인 밤의 정적을 느껴보는 것이 오랜만에 해본 경험이었다.

안동에는 숙박할 수 있는 고택과 종택이 45곳이 있다. 종택이 18개, 고택이 27개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 농암종택이었는데 청량산과 고산정을 볼 수 있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물길 따라 흐르다 보면 이 세 곳을 다 지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코스라고 하는 가송길을 걷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다. 계절도 좋고 날씨도 좋으니 여행길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농암종택은 농암 이현보선생의 후손들이 650년 동안 대대로 지켜온 종택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뿐 아니라 건축에도 신령스러움이 있다. 목조건축이 몇 백 년 동안 지탱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대단한 일이어서 그런 종택에서 하룻밤 자면서 몇백 년 세월의 기를 호흡으로 내 안에 채우고 향기를 맡아보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

뜨끈뜨끈한 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니 피로도 풀리고 몸이 개운해져서 아침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앞 강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찍고 싶었는데 물안개가 아니라 산과 강과 동네 전체가 안개에 휩싸여 겨우 눈앞만 보였다. 안동에는 대형댐이 두 개나 있고 물이 많아서 늘 안개 끼는 날이 많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새벽공기는 어떤 호흡도 섞이지 않은  듯한 신 선한 것이다. 마치 정화수를 뜨려고 새벽에 일어나 남먼저 우물가로 가시던 우리 친정엄마처럼 나도 신선한 새벽공기를 마시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간 건지도 모른다.

농암종택은 조선 시대 문신이자 '어부가'로 유명한 시조 작가 농암 이현보 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이다. 1370년에 지어진 이 집은 농암의 고조부께서 지었다고 하니 650년이 넘은 한옥이다.
원래는 분천마을에 있었는데 1976년 안동댐 건설 때 마을이 수몰지구여서 이후 영천 이 씨 문중의 종손이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농암신도비


분강서원의 정문인 유도문

사당, 가장 위쪽 언덕에 있다.



한속정사 안채, 우리의 숙소

쪽문으로 들어오면 경서재와 극복제가 있는 넓은 마당이다.



강각과 농암 각자,   농암각자는 이현보선생이 지은 애일당이 원래 있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바위에 새긴 글자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글자 부분을 잘라내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애일당 앞에서 강 쪽을 향해  있는 강각, 날렵한 모습의 정자에 오르면 강물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소리가 요란하고 풍경이 좋아서 이곳에서 숙박한 분이 너무 좋았다며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우리를 불러 올라보라고 한다. 단 하루 숙박이 어떤 이에게는 행복을 안겨주는 추억이 도기도 한다.

애일당, 농암선생이 연로하신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지은 별당이다. 애일이란 부모님을 모실날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농암종택은 안동댐의 건설로 인해 분천리에 있던 것을  1975년에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별당이어서  
본체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애일당 밑으로 길을 따라 강 쪽으로 나갈 수 있는데 긴 강줄기와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져 있으며 모래사장 또한 너무 고와서 맨발로 걷기에 너무 좋다.


여기는 강폭이 많이 넓어져 있고 모래사장 대신에 잔돌과 돌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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