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말의 어원은 자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변화하는 사계절의 자연 밖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참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사물이 아닌 자연적 현상에서 어원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시월도 막바지, 나는 구월에 가장 쓸쓸함과 허무를 느낀다. 마치 아무도 봐주지 않는 새벽녘 하현달처럼 쓸쓸한 정서에 젖어드는 시기다. 잠시 불그레한 빛을 뿌리다 숨어버리는 맥없는 하현달을 봤을 때도 그랬다. 상현달처럼 차오르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름달처럼 광채가 나는 것도 아닌 이울어가는 하현달은 잠 못 이루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달이어서 더 서글픔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잠시 구월만 잘 넘기면 나에게도 차오르는 상현달 같은 활기가 넘친다.
가을 스케치를 위해 찾아든 산천에는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하는 멜랑꼴리 한 낭만이 있지만 혼자가 아니어서 그 마음은 잠시고 계절의 가을에 빠져든 인생의 가을이 왜 그렇게 주체할 수 없는 황홀경으로 혼미한 상태가 되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정서에는 이상이 없는 모양이다. 가을스케치가 끝나면 난 또 어떤 수렁으로 빠져들지 모르지만 이 순간을 즐기는데 집중하다 보면 그 추억을 꺼내보면서 회색의 계절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의 어원을 찾아 만추 속으로 침잠해 가면 내가 가을인지 가을이 나인지 분간할 필요 없이 자연과 동화되어 온 마음에 화색이 돌면서 모든 걸 잊고 자연 속을 헤매게 된다. 풍경을 담을 때는 내가 자연 속 풍경이 된 채 그 색채들을 담아내야 내 것이 된다. 한 번 스쳐보는 것으로는 내 안을 채울 수가 없다. 내 마음밭의 화폭에 가득 들어찬 풍경을 안고 있는 나도 이울어가는 생의 가을이지만 이 하루는 너무 좋다. 그렇게 우리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되었다.
진관사 일주문, 오랜만에 본 진관사가 많이 변했다. 새로운 전각이 늘어나서 대가람이 되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으로 대웅전에 들어섰을 때의 아담하고 고요하던 이쁜 진관사가 참 좋았는데 큰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진관사 이쁜 담장
가장 이상적이고 다채로운 물감으로 그린 가을풍경 속에 들어앉아 있는 봉우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봉
사모바위 쪽에서 보이는 비봉이 가장 이쁜 형태로 보인다. 한송이 연꽃 같은 모양이다.
날개 달린 사모바위가 거대한 몸체에 내려 앉은 모습이 너무 특별하다. 우리도 날개를 펼쳐보았다.
진관사에서 올라가고 삼천사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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