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덕유산2(백암봉,동엽령에서 안성으로 하산)

반야화 2023. 12. 29. 10:52

중봉에서 사방을 조망한 후 덕유평전에서 마음마저 하얗게 백지 같은 상태가 되어 설화를 그리며 긴 능선길을 걷다가 백암봉에 한 번 더 오르고 나면 동엽령까지 가서 하산길로 들어선다. 한눈에 들어오는 하얗고 드넓은 덕유평전의 넉넉함 속으로 내려서면서 큰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눈꽃을 카메라로 담다 보면 마치 큰 산에 눈송이로 수를 놓은 듯한 사진이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인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그 하얀색이 다른 어떤 색상보다 곱다. 그렇게 드넓은 평원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가는 눈길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동엽령에서 물도 마시고 쉬다가 안성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다.
아름다운 설경을 다 봤고 이제는 발밑만 보면서 내려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30분 정도 내려갔는데 그늘진 산길 약 백 미터가 온통 순백색의 눈송이가 녹지 않은 상태로 고이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황홀지경, 무아지경이었다.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듯 소복이 쌓인 눈이 어쩌면 그렇게 새하얀 그림이 되어 있는지 눈이 부시도록 백옥 같은 설화를 보는데 일행들이 일시에 환호성이 터졌다. 이건 상상외의 설경이고 그려보지 않았던 그림이다.

그리 길지도 않은 설경이 숨어 있는 하산 길에 하얗게 취해서 휘청이며 이 풍경, 이아름다움을 차마 두고 떠나기 힘들 정도였다. 몇 시간 동안 눈꽃을 보면서 지나온 길인데 "여기가 최고야" 하면서 이 길을 지날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맹인이 눈을 뜨고  농아도 귀가 열릴 것 같은 놀라운 순백의 세계여서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험한 세상 오염되지 않은 보석 한 무더기 보는 것 같았다.

백암봉으로 오르는 길

이것이 눈꽃이다.

하산길에 숨어 있는 짧지만 강열한 순백의 세계

동엽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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