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의 중요성, 연말이 되면 국가적인 차원의 이벤트, 개인들의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리고 거리는 별이 내려앉은 것처럼 반짝이는 천국의 밤이 된다. 거리의 나뭇가지들이 수난을 겪기도 하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서 뭔가 다른 날임을 알게 해 준다. 우리도 송년의 이벤트를 가졌던 것은 다름을 인식하고,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행사였다. 어느새 한 해의 포장지를 개봉하자마자 달아난 날들이 나 잡아봐라 하는 것 같다. 바로 따라가긴 힘들지만 뒤쳐져서라도 따라가려면 더욱 부지런해야겠지.
한 해를 보낼 때는 송년이란 이벤트가 많아서 여러 가지 감흥이 일어난다. 아쉬움, 반성, 후회 등등. 그래서 함께 모여서 이벤트를 하면서 특별한 날을 보내게 되니 한 해의 마지막날이란 것이 실감이 나는데 새해, 새날이란 건 며칠이 지나도 어떤 다른 점이나 마음가짐에는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은 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날들의 연속으로 여전히 우리는 트레킹으로 길을 열었다.
2024년 트레킹 시작의 한 끈을 칠보산 꼭대기에 걸쳐놓고 왔다. 앞으로 그 끈을 풀어서 여느 해처럼 온 산천에 걸쳐놓으며 우리들의 발자국의 끈을 펼칠 것이다. 칠보산은 수원과 화성에 반월처럼 서 있는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고 전해지는 높이 239미터의 야산인데 코스에 따라 가파른 길이 있기도 하지만 늘 푸른 소나무 종루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겨울에도 우듬지는 초록색이다.
칠보산을 한 바뀌 돌다 보면 황금빛 솔잎이 잡티하나 없이 떨어져서 카펫 같은 장소가 있다. 그곳이 너무 좋아서 가을에 칠보산을 자주 찾았는데 어제는 너무 실망하고 속상했다. 노란 솔잎이 깔려있는 자리에는 동그랗게 식탁이 놓여 있어 즐겁게 차도 마시곤 하던 그 좋던 자리는 간 곳이 없고 다시 찾은 명소에는 식탁도 없애버리고 생뚱맞은 샌드백이 달려 있었으며 솔잎은 갈퀴로 끌어내고 쓸어버려서 소나무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관계기관에서 그렇게 한 것 같지는 않았고 아마도 어떤 사람들이 쓸어버리고 맨발 걷기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요즘 유행이 된 맨발 걷기 때문에 지정된 장소가 아니라 아무 데나 산길을 쓸어서 포근히 겨울잠을 자야 하는 나무들이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길은 자꾸 파여서 깊어져 있다. 산길을 자꾸 쓸어버리는 건 나무나 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데 아무도 관섭을 하지 않는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둘 때가 가장 빛난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훼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칠보산의 전설
일곱 가지 보물을 전설에서 찾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서 찾는다면 난 이 길이 너무 좋아 하나의 보물로 생각한다.
전설에 따르면 저 큰 바위 속에 보물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바위를 자르다가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