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슬아슬하게 한해를 거의 다 지나왔다. 새 달력의 365일을 받아 들고 숫자 하나하나를 살얼음 딛듯이 징검징검 건너는데 날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반질반질한 징검다리 돌이 되어 위태롭고 혹시라도 잘 못 디뎌 전염의 바다에 빠져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어느덧 종착지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돌 하나하나에 간절함을 실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사히 건너옴에 무척 감사하며 새로운 날들을 받아 쥐었을 때는 거친 돌을 쉽게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두 손 모으면서 시작하는 시점에 와 있다. 새날들은 어느덧 내 앞에 서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듯한데 징검다리 입구에 서성이며 선뜻 들어서기 겁이 날 정도로 낯선 숫자가 무섭다. 사계절 중에 가장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계절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