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1

가을 그림책 3페이지

가을 그림책 3페이지를 다 채우고 나니 어느새 가을을 아름답게 윤색했던 정령들도 조용히 잠들 때가 되었는지 찬바람이 등장해 하나 둘 잎을 떨구면서 이울어가는 계절의 순리를 만들어내고 있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순리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순리를 카오스로 만들어 버리니 겨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편치만은 않다.일 년 가까이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잠시 가을색에 물들어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고요 속으로 침잠할 시간이다. 인수봉과 숨은벽이 겹쳐진 장대한 풍경 백운대의 뒷모습

등산 2020.10.31

가을 그림책

가을 그림책 첫 페이지에 채색을 한다. 마음속으로 드로잉만 해 두었던 가을 그림책을 열고 먼저 초록이 퇴색된 옅은 그린색으로 색을 입히고 갈색으로 덧칠도 하면서 채색을 하다 보니 올 가을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으로 완성될 것 같은 예감이다. 설악에서 물들지 않으면 화려한 만산홍엽으로 채색되지 않을 것 같다. 설악에서 시작된 붉은 물결이 아직 내 주변까지 도착하지 않았지만 난 이미 설악에서 물들었던 지난날들의 화려함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으니 살며시 꺼내보기만 해도 충만하다. 나직한 산은 경기도를 둘러싸고, 경기도는 거대한 성벽처럼 서울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서울 속에서 우뚝한 북한산 국립공원을 떠받치고 있는 도시 형태다. 이런 자연환경을 포스트 코로나로 생긴 나의 변화된 낮아진 마음이 기록되는 시간들로 채워..

등산 2020.10.24

아차산과 용마산

우리나라 명품의 품목 중에는 가을 하늘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품 하늘은 자취를 감추고 잿빛 하늘이 명품을 가린 채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수년을 그 다운 가을 하늘을 못 보다가 올해는 웬일인지 마치 너무 귀해서 깊이 묻어둔 채 잊고 살다가 꺼내놓은 것처럼 연일 명품 가을 하늘을 펼쳐놓고 보여주어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날 좋은 시간이 아까워서 가까운 동산을 매일 걷다 보니 발에 탈이 났는데 쉴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고 있는 가을이다. 단풍은 멀리 명산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단풍산행은 포기상태다. 그러다 보니 동네산을 산책 삼아 오르다가 조금 더 나간 곳이 지하철을 타고 가야 되는 아차산까지 갔다. 아차산은 서울 광진구와 구리시에 걸쳐 있..

등산 2020.10.13

남한산성 외성

지하철 산성역에서 하차 남문에서 동문 방향으로 접어들어 장경사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해마다 벚꽃이 가장 좋을 때 비가 내려서 비를 원망하게 하더니 올해는 자연스럽게 꽃잎이 질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서 오래도록 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땅이 메말라서 먼지가 풀석이는 게 한편으론 불편하고 가문 것 같아서 비를 기다리게 한다. 산성의 본성은 계절마다 가봤고 기록도 많이 남겼는데 외성은 멀리서 보기만 할 뿐 다 걸어보지 못했다. 외성은 일부러 가지 않으면 본성과 함께 걷기엔 무리가 있고 불편해서다. 본성이 둥글게 이어져 있는데 외성은 봉암성의 동남쪽으로 꼬리처럼 되어 있다. 외성은 병자호란 이후 벌봉 쪽을 청나라에 빼앗겨 행궁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벌봉에서 신식무기인 홍이포를 쏴서 행궁 앞까지 포탄이 떨어지..

등산 2020.04.15

수락산 진달래

산 넘어 저쪽보다는..... 봄이 되면 진달래, 가을이면 단풍을 보기 위해 먼 곳의 명산만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곳은 무시해 계절을 놓치곤 했더니 가까운 수락산에 이렇게 고운 진달래가 많을 줄 몰랐다. 수락산을 수없이 다녔지만 진달래가 피는 걸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멀리 못 가서 수락산에 갔더니 놀라울 정도로 진달래가 많았다. 코스는, 장암역에서 산 쪽으로 돌아서면 도로 건너 노 강서원 방향으로 들어서서 조금 올라가면 석림사가 있고 절에서 등산로 표시를 따라가다가 삼거리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면 된다. 오늘의 목표는 사실 꽃보다는 기차바위를 타는 것이지만 이왕이면 진달래까지 볼 수 있는 시기를 맞춰 가서 둘 다 만족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아주 적기여서 하루 종일 행복한 걸음이..

등산 2020.04.07

20년 설악산 설경

2020.2.9일, 정월대보름을 하루 지나고 한 귀퉁이가 약간 덜 찬 것 같았던 만월을 설악산 대청봉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채워서 봤다. 겨울이면 당연히 보고 즐겼던 눈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눈이란 것이 기다림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되어버렸다. 그러나 찾아가면 그 속에 빠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위로가 되어 주는 설악산이 있어서 꿈속 같은 설경을 즐기고 왔다. 당연한 것도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는 걸 알면 매사, 매 순간이 다 소중한 줄을 알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다. 더구나 전염병인 폐렴이 돌고 있어서 온통 마음이 어수선해서 외출까지 자제하고 있던 차에 설악산 가자는 친구의 한 마디에 얼른 따라나섰다. 거기 가면 만날 수 있었으면, 기다리던 겨울꽃을....... 설악에서 봐야 하는 것들을..

등산 2020.02.11

눈 없는 태백산

해마다 새해가 되면 태백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태백산 천제단에 오르고 나면 뭔가 한 해의 소망 같은 것을 빌어 보면서 정기를 받고 싶어서다. 그뿐 아니라 태백산에는 눈 없는 겨울이란 이제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높은 산이니까 당연히 눈이 올 줄 알아서다. 수북이 쌓은 눈밭에 죽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주목이 아름다운 운치가 있을 그 태백산에 눈이 없었다. 이렇게 기후가 변해가는 과정을 알게 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전 날에 왔던 눈이 녹으면서 길은 다 빙판이 되어 있어 오르내리는 길이 너무 위험한 산행이었다. 그런대로 오르는 중에 운무가 깊이 깔리면서 또 다른 태백의 운치를 만들어 주니 운무 속에 잠겨서 함께 정상으로 올라갔다. 사계절 산을 찾다 보면 온갖 날씨의 심술을 ..

등산 2020.01.07

용인 깜봉산

용인에 야산들이 참 많지만 깜봉산은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계절이 좋을 때는 멀리로 찾아다니다가 요즘은 운동삼아 가까운 곳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듯이 정보를 찾다 보면 근처에도 좋은 야산이 많다. 겨울산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 날에 촉촉이 겨울비 내리고 나니 쌓여 있는 낙엽이 더욱 붉어져 보이고 풀석이는 먼지도 없으니 금방 떨어진 낙엽 같다. 산에는 며칠간 추웠다고 땅은 얼어 있고 언 땅 밟으면 흙 속에 숨어 있는 얼음들이 기분 좋게 뽀드득뽀드득 바스러지고 된서리 맞은 낙엽들은 서리꽃이 피어서 반짝이는 겨울산의 아침이 너무 좋다. 깜봉산은 버스를 타고 광주를 통과해서 용인 처인구 모현읍에서 시작한다.시작점은 처인구 모현읍 능원리 포은 선생 묘소가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 바로 산길..

등산 2019.12.20

가지산의 초겨울

영남알프스의 중심 가지산 가을의 양면성에는 화려함과 멜랑콜리한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한다. 처음 가을이 시작될 때는 여러 계획을 세우고 정신없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쫓아다니다가 가장 아래쪽에서 화려함이 끝나면 이면의 늦가을엔 멜랑꼴리함의 주체할 수 없는 공허함에 젖어드는 계절병이 생긴다. 올 가을은 그 마음으로 울산까지 가서 가을을 배웅하고 왔다. 도전하고 싶은 것 중의 한가지로 남겨져 있는 것이 영남알프스 종주다. 너무 방대해서 시작도 못하고, 가장 높으고 중심적인 가지산을 중심으로 천 미터가 넘는 산군들이 아홉 개나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그중에 끊어서 4개를 갔다. 앞으로 나머지도 연달아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기회 되면 끊어서라도 다 가보고 싶은 영남알프스다. 길이 멀어서 새벽같이 출발을 해도 산행시..

등산 2019.11.22

북한산 의상능선

북한산의 단풍 명소 북한산 단풍 명소를 선택할 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숨은 벽을 꼽는다.우리 역시 작년에는 숨은벽에서 단풍 절정기를 봤는데 처음으로 숨은벽을 본 친구는 북한산에 이런 곳도 있냐며 감탄했다. 숨은 벽은 단풍도 먼저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북한산의 콧등 같은 엄청난 암벽과 어우러진 둘레의 단풍이 너무 멋진 풍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른 코스를 보고 싶어서 백화사 정류소에서 내려서 내시 묘소 길로 올라갔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늘 다니던 길이 아니었고 새롭게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따라가다 보니 바로 의상능선으로 오르게 되었는데 피하고 싶었던 코스를 피할 수 없이 오르게 되었다. 의상 은선은 거의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올라야 하는 수직 구간도 무척 길다. 그래서 의상능선을 무사히 ..

등산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