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는 걸 보면 절로 하얀 미소가 피어나면서 늘 그것은 서설이라고 생각했다. 기후가 비 뀌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한 요즘은 서설이라고 반겼던 첫눈도 한갓 추억일 뿐인가?2024년 첫눈은 서설이 아니라 흉설이 되고 말았다. 집 앞이 마치 한라산눈 같이 쌓였던 첫눈이 아직도 음지에 시커멓게 쌓여있는 산길을 오랜만에 올랐더니 입새부터 소나무들이 허리가 다 꺾어지고 생살이 찢어져 하얗게 드러나 있다. 더러는 길을 막기도 해서 겨우 동강동강 잘랐을 뿐 아직 찢어지고 꺾어진 잔해는 다 치우지도 못하고 널브려져 있었다.강풍이 불어도 흔들리며 피할 수 있는데 짓눌리는 무게는 감당이 안되었던 것 같다. 짓누른다는 것은 숨이 막히는 일이다. 사람이 잠든 사이 숲에서는 얼마나 고통의 아우성이 들렸을까. 여기저기서 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