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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바의 설움

크로바의 설움 나 좀 봐주세요. 나도 꽃이랍니다. 머잖아 잡초와 함께 잔디 깎는 기계에 베일 운명이어서 서럽답니다. 아이들이 제 목을 한웅큼 뽑아 쥐고 다녀도 아무도 "꽃을 왜 꺾니" 하고 나무라지도 않고 저의 네 잎짜리 이파리를 찾는다고 마구 짖밟고 다녀도 아무도 꽃을 밟는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이래 봬도 저도 백합 같은 향기도 있답니다. 서럽지만 한 가닥 위로라면 사랑하는 연인들 손목에 시계가 되고 손가락에 꽃반지가 될 때만 꽃이 되어요 관리원 아저씨, 잠시동안 만이라도 절 잡초로 취급하지 마시고 지켜주세요. 내 잎이 시들어 축축 처져 누렇게 변할 때 까지만요. 제 친구 때죽꽃을 좀 보세요 전 부러워요.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피어 있지만 때죽꽃을 만나기 위해 높은 사람들도 모두 엉덩이를 내밀고 엉..

living note 2007.05.22

내인생의 지침서

보와삼매론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

living note 2007.05.16

정신이 빠진 육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몸에서 정신을 빼고 나면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아무 소용없는 그저 온갖 오물이 가득 찬 가죽 푸대란다. 거기다가 마음까지 추악함으로 들어 있다면 오물의 무게가 좀 더 나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죽 푸대에 영혼을 불어넣고 기가 차면 인간이란 모습으로 돌아온다. 인간이란, 가죽 푸대를 갈고닦아 그 모습을 치장을 하고 나서 서로 잘났다고 뽐내고 재주가 부족하면 못난 걸로 인식한다.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마음이 뇌에 있다고도 하고 가슴에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잠시 마음이 육체를 지배하다가 떠나버리면 그저 물질일 뿐이다 물질과 기운이 합쳐졌을 때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몸무게라고 하는데 난 기운이 다 빠져버린 아니 다..

living note 2007.05.12

내고향 안동에는....

고향이 그리운때  지금쯤 내고향 들녘에는 하얀 사과꽃이 눈처럼 떨어지고순백으로 덮힌 사과꽃눈 위로 일년동안 녹아내릴 육체의 고통이.퍼어런 멍자욱을 남기리라. 서울이 친정인 올케는 시골로 내려가고 시골에 살던 나는서울로 올라와 우린 처지를 바꾸어 생활을 하고있다. 부모님이 계실때는 집안일만 하던 올케가 서툰 일손으로이제 '내차지구나' 하고 묵묵히 농사일을 이겨 나가는 모습이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사과 한알이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손을 요구 하는지다닥다닥 붙은 알맹이들을 아깝지만 적과 라고 해서 따내야 하고 좀 굵으면봉지 씌워야 하고 수없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열매들이 여름 한 철 태풍을 무사히 이겨내야 결실로 얻을 수가 있다.농사일이란 게 다 그렇지만 사과농사가 결실을 맺어 상품으로내놓..

living note 2007.05.11

그리운 금선사

그리운 금선사  선도산 산 그림자 고이 내려 앉은쯤멀리 충효마을 종소리 여울지고귀가 시리도록 청아한 스님의 염불 소리사바를 넘어 천상을 넘나드네. 그 옛날 오두막 산사 일으키시려아스라이 졸고 있는 촛불 새벽을 밝히시며고독한 정진 하실 적에부처님 마음 감응하시어옥 촛대도 눈물 되어 흘리셨다네. 그 뜻 결실되어 반듯한 기외 집에고운 단청 입으시고사방엔 꽃향기 풀향기로공양받으시는 부처님 전에 두 손 합장하고 법당에 들어서면삭발하신 그 자리 비단 같은 모습으로목탁 쥔 채 오체투지 힘겨운 백팔배에구도를 향한 외로운 모습 뵐 때 비련의 여승 같은 뒷모습이애처로움마저 들지만 가사장삼 벗고 나면 여장부 같은 우리 스님따사로운 인정 넘치심에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오늘도 금선사 송림길로 들어섭니다. **1993년  열심히 ..

living note 2007.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