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노 대통령님의 장례식이 있었다(5.29). 장례식 애도기간에 산행을 할 수가 없어 산행을 미루다가 오늘 딸과 함께 북한산에 갔다. 마음속에는 세상의 모든 꽃들이 져버린 듯한 마음인데 산 입구에 들어서니 너무도 고운 해당화가 산 입구에 홀로 피어 있다. 이웃한 찔레꽃과 해당화가 다투어 가며 상큼한 향을 뿌리고 있는데 해당화 홑꽃잎이 노란 꽃술까지 드래내며 감추고 있는 속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다 보여주면서 순수하고 상큼한 향이 아픈 마음에 깊게 베어 온다.
한 주간 소중한 님을 보내 드리고 아직도 눈이 부어 있는데 하필이면 해당화는 왜 그리 곱고 향기롭던지, 산자들은 오월을 부여잡고 가지 말라고 푸르름에 젖어 있는데 이 아름다운 계절에 그분께서는 오월을 거두어 슬픈 향기만 남기고 떠나셨다. 꽃은 피었을 때가 향기로운데 꽃 같은 사람은 왜 떠난 뒤에 향기를 맡게 되는지, 해당화가 너무 고와서 서럽도록 그리워지는 그분의 향이 되어 북한산 자락에 드리운다.
온 나라에 정의의 향을 뿌려주시던 분인데 생전에는 그 향기를 몰랐다. 잃고 나서 소중함을 알게 되는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당신을 꽃밭도 보내드립니다. 온갖 꽃들이 지지 않는 서방 극락정토에서 영면하시고 꽃잎 위에 고이 잠드소서.
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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