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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즐거운 한 때

어제는 산 밑에 살면서 누리는 혜택을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는지를 실감하는 날이었다. 이제 막 진달래가 피고 있을 것 같은 따스한 날씨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연일 새벽에 퇴근하는 작은애를 데리고 오전엔 푹 재운 뒤 며칠 전에 해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언제나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는 아이가 난 너무 좋다.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두 달 동안 평균적으로 새벽 3시는 되어야 퇴근한다. 그것도 매일 25,000이나 하는 택시를 타고서 한 달 택시비만 60만 원 정도를 회사에서 지급받으며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딸, 너무 안쓰러워인 인삼을 달려 먹이다가 부족할 것 같아 홍삼으로 계속 먹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체력을 닮았는지 잘 견뎌주고 그런 중에서도 엄마와의 약속을 이행해 주는 그 애가 난 참..

등산 2009.03.23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자

나의 존재감 나에게 있어서 존재감이 없는 것을 말하라면 유행가 가사 2절 같은 것이다 1절보다 더 멋진 가사라 하더라도 난 한 번도 2절을 알려고 애써본 적이 없으니까 집안에서 존재감 1위일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차츰 밀려나 유행가 가사 2절이 되었다. 정해진 나의 한계에 다다르는 동안에 나의 존재감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기억되는 부분보다 잊히는 상실감이 더 클 것 이기에 애써 나를 부각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가꾸어오던 꽃밭에서 한 포기씩 분양된 꽃(딸들)들은 더 이상 그 꽃밭을 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영역엔 잡초가 무성하고 박차고 나간 꽃들은 나 없이도 잘 살고 있으며 더 이상 잔소리가 먹혀들지 않는, 더 나아가 이 세상 한 귀퉁이에 나 하나 없다 해도 계절은 돌고 돌 것이며 봄..

living note 2009.03.16

나를 위한 시간

참 지루하게도 해 바쳤다. 거친 표현을 하고 싶은 주부라는 자리, 그 무수한 날들에 가족을 위한 밥상에 나의 숟가락이 얹힐 뿐 남편을 위해서 국은 꼭 있어야 하고자 식을 위해선 졸임이나 찜 같은 게 있어야 하고 냉장고는 차 있는데 나를 위한 찬통이 없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만의 상을 차리기로 했다. 나의 상은 편리해야 하고 내가 좋아해야 한다. 가족이 다 나가고 난 후 점심 한 끼 먼저 커피콩을 갈아서 실내 가득 향을 풍겨 놓고 물을 끓여 원두를 걸러놓는다. 직접 만든 요구르트에 직접 만든 매실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그다음에는 사과. 바나나. 호박고구마 으깬 것. 적채. 호두를 담고 소스를 끼얹어 샐러드를 만들고 빵 한 개 반을 구워서 그 위에 올려서 먹는다. 그런데 가끔은 진한 커피 향이 마주하고 ..

living note 2009.02.28

어느 메마른 날

문득 발견한 인생 천지만물이 태어난 것도 음양의 휘감김인 걸 우리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천지를 얻었다 했지만 한평생 물러서서 바라 볼 행복을 얻었는가? 순환할 수 있는 인생이라면 숨어 다니는 불행과 동반하지 않을 것이네. 세발이 되어서 걸어가는 노년에 동반한 건 그래도 친구였네. 이 길의 소실점에서 먼저 보낸 휘감김을 다시 찾는다면 내 옆에 자네는 없을 것이네. 속살은 아직도 청춘인데 언제 이 많은 나이테에 빼앗긴 고달픈 삶이던가. 쩍쩍 갈라진 상처는 봉합이 안 되고 결국은 내 관으로 쓰일 나무 같은 인생이여라. 친구, 이제 나는 베어져 관으로 가네 그대도 뒤따라 와 다음생도 동반해 주면 안 되겠는가? 고백하네 나 무척 외로웠다네.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증표라네.

living note 2009.02.25

수정 같이 녹는 얼음의 변신

겨울산행은 화려한 영상도 없고 조금은 밋밋한 맛이다. 그러나 돌아올 땐 언제나 한 가지라도 얻어오는 즐거움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주에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에 오늘 다시 같은 코스를 갔는데 시야도 맑고 경치도 선명했지만 지난번 같은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것보단 조금은 은근하게 보일 듯 말듯한 신비의 멋이 더 좋은 것 같다. 좋았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다시 찾아가서 환상을 깨고 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혜를 얻은 샘이다. 오늘의 선물은 단연 얼음의 변신이다. 며칠 전에 비가 온 것이 계곡에 물이 많아졌고 추위도 눅어졌는지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이 얼음을 녹이면서 다양한 얼음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형체도 없이 물이 되고..

등산 2009.02.18

구름낀 정월대보름

구름아,달을 뱉어라 하늘을 닦아 보름달을 볼까 하였더니 구름은 숨구멍 틈도 내 주지 않으니 내 맘에 구름을 걷어 심안으로 만나리라. 바람을 일구어 구름을 쫓아 보려 온몸으로 춤을 추어도 바람은 닫지 않고 은쟁반을 받쳐 든 빈손을 내리지 못하네 설익은 소원 하나 삼백예순을 기다려 결실을 보잤더니 무정한 구름이 소원까지 묻어 버렸네.

living note 2009.02.09

이외수씨가 뜨는 이유

요즘 이외수 소설가가 뜨고 있는 모양인데, 천진난만하고 자유로운 그를 나도 무척 좋아한다. 요즘은 문인들이 너무 입을 다물고 있어. 옛날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는 애국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언론의 자유가 있는 이 시대에 김지하 시인의 오적 정도는 나와야 되는데, 오적을 보면 얼마나 통쾌하냐. 지금 정치권에서는 제2의 오적이 나올까 봐 언론 통제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건, 아닌걸 아니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네티즌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이런 때에 이외수 씨는 힘든다고 하는 방송을 하면서 몇 마디씩 하는 정치, 사회 풍자가 전파를 통 해퍼 져 나가니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밖에. 문인들이 글을 통해 사회를 바로 보고 비판하는 안목은 없이 책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것..

living note 2009.02.02

낯선 숫자들

눈이 부시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날씨에 기대를 거는 거야. 간밤에 싸락 싸락 눈이 쌓이더니 오늘 아침엔 반사되어 더욱 눈이 부시게 아침이 열리고 집안 가득히 선물처럼 밀려드는 햇살에 한 해 동안 걸러내지 못한 마음에 살균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그때도 그랬어. 새로운 천 년이란 낯선 숫자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두 새로움에 낯설어 한참을 헤매었지. 나 어렸을 땐 1900으로 시작하는 해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낯선 숫자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팔 년이 흘렀는가 싶었더니 또다시 맞이하는 낯선 숫자 2009라는 숫자, 숙제장처럼 등장한 365칸의 네모가 주어지 고정 답이 없는 숙제를 풀라고 한다. 그래, 난 내 방식대로 풀어 보는 거지 뭐, 첫날은 희망이..

living note 2008.12.23

이 시대의 얼굴 상

이 시대의 얼굴상,묘하게 생긴 바위가 이 시대의 일그러진얼굴상으로 비친건 왜일까.동터오는 아침이 버거운 사람들주린 고픔을 달래야 하는 사람들주머니가 두둑해도 무엇을 믿고 먹어야 할지가 고민인 사람들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인 사람들고단한 삶을 물려 주고 싶지 않아역할이 고민인 사람들내 보금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고민인 사람들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어둠에묻히고 싶은 사람들눈감고 귀 막아도 들려오고 보여지는암담한 현실같은 이 시대의 얼굴상이목구비가 다 비뚤어진 이 모습이 성형되는그날이 오길 기원해 본다.

living note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