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나를 위한 시간

반야화 2009. 2. 28. 18:05

 참 지루하게도 해 바쳤다. 거친 표현을 하고 싶은 주부라는 자리, 그 무수한 날들에 가족을 위한 밥상에 나의 숟가락이 얹힐 뿐 남편을 위해서 국은 꼭 있어야 하고자 식을 위해선 졸임이나 찜 같은 게 있어야 하고 냉장고는 차 있는데 나를 위한 찬통이 없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만의 상을 차리기로 했다. 나의 상은 편리해야 하고 내가 좋아해야 한다. 가족이 다 나가고 난 후 점심 한 끼 먼저 커피콩을 갈아서 실내 가득 향을 풍겨 놓고 물을 끓여 원두를 걸러놓는다. 직접 만든 요구르트에 직접 만든 매실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그다음에는 사과. 바나나. 호박고구마 으깬 것. 적채. 호두를 담고 소스를 끼얹어 샐러드를 만들고 빵 한 개 반을 구워서 그 위에 올려서 먹는다. 그런데 가끔은 진한 커피 향이 마주하고 싶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한다. 여기다가 멋진 영화음악까지 곁들이면 나를 위한 상차림은 이렇게 즐겁고 간단하고 맛도 좋은데 가족을 위한 밥상은 언제나 숙제 같은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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