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시원섭섭함이란?

반야화 2009. 4. 8. 15:03

삶이 완성되기까지에는 몇 번의 이별이 찾아 오지만 강 물 위에 꽃잎을 띄워 보내 듯 간절한 염원을 담아 고이 보내야 하는 이별도 있었네. 새끼를 가진 삶이란 천일염보다 짜다,라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이 깊은 의미로 느껴지는 밤. 그렇게 염전 같았던 가슴으로 키워낸 딸을 떠나보낸 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더니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구나 싶었다. 자식 하나를 올바르게 키워내는데 들어가야 하는 공은 어쩌면 짜디짠 염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역할의 일부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주는 일은 염전에 작은 물길 하나를 두어 민물이 들어오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몇 번의 이별이 또 얼마나 가슴을 적실지 모르지만 내가 잘 살아주는 것, 그것은 나를 위함이라기보다는 떠나간 내 일부를 위함일지도 모른다. 대물림되는 짝사랑을, 나도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와 이제 서야 친정에서 돌아오던 날 골목 어귀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며 손을 흔들던 내 어머니를, 그 자리에서 내가 서서 볼 줄이야!!

 

잘 살아야 한다. 온산에 진달래 만발한 이 좋은 계절에 화접 같이 이루어진 내 딸의 사랑이 새 보금자리 가득히 봄을 받아들여 꽃밭으로 만들고 화접같이, 원앙 같이, 새하얀 바탕에 설계도를 그리며 어긋남이 없이 행복의 열매를 맺어주길 바란다.

 

간밤에 허전했던 마음이 앞산 진달래를 보고 위로받고 돌아와 화전을 빚어  두었다가 네가 오는 날 고이 내어 주마고 냉동에 잠재워 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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