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은 화려한 영상도 없고 조금은 밋밋한 맛이다. 그러나 돌아올 땐 언제나 한 가지라도 얻어오는 즐거움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주에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에 오늘 다시 같은 코스를 갔는데 시야도 맑고 경치도 선명했지만 지난번 같은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것보단 조금은 은근하게 보일 듯 말듯한 신비의 멋이 더 좋은 것 같다. 좋았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다시 찾아가서 환상을 깨고 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혜를 얻은 샘이다.
오늘의 선물은 단연 얼음의 변신이다. 며칠 전에 비가 온 것이 계곡에 물이 많아졌고 추위도 눅어졌는지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이 얼음을 녹이면서 다양한 얼음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형체도 없이 물이 되고 말 얼음인데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로 돌아가는지, 얼음꽃에 얼어있던 마음까지 살짝 끼워 흘러 보내고 가볍게 돌아와 다시 얼음꽃의 영상에 잠기는 순간이다.
얼음을 먹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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