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물소리를 가장 잘 표현하려면.....

반야화 2007. 7. 8. 11:24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숭숭 뚫린 바윗돌 구멍으로 빠져버린 물줄기가 어디를 휘돌아 언제쯤 이 계곡을 채워줄까 기다리면서 목말라하던 터라 장마를 반갑게 맞이했을 계곡과 수목들이 보고 싶어 정수리가 타는 듯한 불볕더위를 마다하지 않고 수락산 깔딱 고개를 를 향해 아예 힘을 빼놓기로 하고 올라갔다. 더울 때는 그저 욕심을 버리고 물 좋고 그늘 좋은 곳으로 숨어들어 몸도 마음도 풀어놓고 축 늘어져 누워서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나 쳐다보면서 회상에 잠기다 오는 게 상책이다.

깔딱 고개를 힘겹게 넘어 장암으로 내려가니 계곡에 면경같이 맑은 물이 내 마음까지 다 비추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다 들통나고 말았다. 상류에서 점심을 먹고 얼음 같은 물에 발을 담그고 커피를 마시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연신 자리를 잘 잡았다고 부러워하면서 탐을 내고 있었지만 발끝으로 전해지는 따끈하고 쌉쌀한 커피맛을 발끝은 다시 입속으로 밀어 올려 마음으로 먹는 달콤한 냉커피로 향을 만들어 주었다.

하산할 때는 쉴 곳을 살피지 않고 가는 날이 많은데 하행길 얼마쯤 내려가니 더 좋은 자리가 정해진 시간을 붙잡으며 더 놀다 가라 했다. 그래 조금만 더 쉬어가자 이 좋은 물을 두고 아까워서 어떻게 그냥 가나 하면서 잠시 비스듬히 누워서 계곡물이 어떤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는지를 들어보았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씨는 물소리를 표현하려고 하룻밤을 물가에서 보내고 나서 물소리를 표현해 낸 것이, 소살 소살로 표현했다고 한다. 구태여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소리는 `콸콸` 이라든가 `철철` 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작가는 그토록 혼신의 힘을 다해 불후의 명작을 생애를 바치면서 탄생시키고 파아랗게 혼불이 되어 떠나버렸다. 난 오늘 작가의 정신을 깊이 생각하면서 아무리 들어도 끝내 가장 적당한 말을 표현해낼 말을 찾지 못한 채 소살 소살 로만 들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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