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낯선 숫자들

반야화 2008. 12. 23. 10:06

눈이 부시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날씨에 기대를 거는 거야. 간밤에 싸락 싸락 눈이 쌓이더니 오늘 아침엔 반사되어 더욱 눈이 부시게 아침이 열리고 집안 가득히 선물처럼 밀려드는 햇살에 한 해 동안 걸러내지 못한 마음에 살균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그때도 그랬어. 새로운 천 년이란 낯선 숫자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두 새로움에 낯설어 한참을 헤매었지. 나 어렸을 땐 1900으로 시작하는 해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겨우 낯선 숫자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팔 년이 흘렀는가 싶었더니 또다시 맞이하는 낯선 숫자 2009라는 숫자, 숙제장처럼 등장한 365칸의 네모가 주어지 고정 답이 없는 숙제를 풀라고 한다.

 

그래, 난 내 방식대로 풀어 보는 거지 뭐, 첫날은 희망이 정답일 거야 둘째 날은 기대가 정답일 거야. 그러나 기대치에 추를 달라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돌덩이 추를 일단 하나를 달아놓고 시작하는 거야. 나의 정답 중에 오답이 더러 아니 많이 있을지도 몰라. 그중에 반만 정답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오답이 순리 일지도 몰라. 한 치 앞도 모르는 미혹한 것이 인생이니까. 그래도 빈칸은 두지 말아야지. 열심히 빼곡히 채워가 보는 거야. 숲 속에 고요한 나의 보금자리가 있잖아 그 속에서 일렁이지 못하도록, 아무도 파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문을 닫아두고 때로는 멋진 장식도 해 두고 그래,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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