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화무십일홍

반야화 2024. 4. 13. 16:58

열흘 붉은 꽃이 없다더니 딱 맞는 말이네. 사월 초 대구에서 시작한 벚꽃놀이가 오늘로써 딱 열흘째다. 벚꽃명소를 찾아다닌 지 열흘 만에 내 몸은 꽃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쉬어야 할 때쯤이면 꼭 야속한 비가 내린다. 그때가 내일인지 벌써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별나게 온다고 한다. 비바람 천둥 번개라니, 꽃비가 내려 꽃물이 흐를 것 같다.

사월중순, 연분홍의 초절정을 이루는 나날들을 집안에 있으면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라도 하듯이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가는 곳마다 곱게 봄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잡기라도 하듯이 꽃나무 아래서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중에도 봄이 온 줄도 모르고 꽃이 핀 줄 도 모르고 허둥지둥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시간들을,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 봐서 안다. 모두가 이 봄을 즐기면서 행복해지고 봄 속에서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웃이 없었으면 좋겠다.

거칠기만 하던 나무가 어쩌면 이렇게 예쁜 봄을 출산하는지 그 심성이 꽃이 된 것 같다. 꽃처럼 아름답게 잎처럼 싱싱하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다 소중히 여기며 한 해를 잘 살아내야겠다.

광교호수와 광교산, 광교산 아래 상광교에 있는 호수의 데크길인데 줄지어 서 있는 꽃나무 길을 숱하게 지났지만 꽃이 피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본다.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서 늘 놓쳤던 이곳을 지난주에 갔을 때는 꽃망울만 맺혔더니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꽃길은 절정을 넘어 더러는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호수와 수변공원의 여러 가지 꽃들이 그림이 되어 있는 풍경에 산까지 뒤를 받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다.

비가 내리면 이렇게, 아니 이보다 더 많은 꽃잎이 떠서 꽃물이 흘러들어 호수는 분홍색이 되지 않을까 싶네. 그 모습도 보고 싶다.

탄천 수변공원 벚꽃, 7 껏
동막천이 탄천으로 흘러드는 구간과 탄천 분당구 간의 벚꽃은 봄에 꼭 봐야 하는 벚꽃명소다.


동네 뒷산 산벚꽃, 6컷
산벚꽃은 잎과 동시에 피고 꽃송이가 낱개로 달리지만 하얀색과 분홍색이 어울려 피는 산벚꽃이 온산을 뒤덮을 때면 봄이 절정에 달한 시기다. 산 정상에서 보면 하얗게 꽃으로 덮여 있는 모습이 장관이던 북한산에는 못 갔지만 올봄에는 동네 뒷산에서 가장 신선한 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동네 꽃구경, 6컷
동네 꽃구경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볼 수 있어서 좋고 단지가 크다 보니 멀리 못 가면 동네만 한바뀌 돌아도 꽃구경은 놓치지 않을 수 있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동 만휴정과 묵계서원  (0) 2024.04.27
올림픽공원에서.....  (0) 2024.04.17
부산 광안대교와 바다  (2) 2024.03.23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제한유엔공원.  (0) 2024.03.16
통도사 자장매와 평산책방  (0) 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