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열흘간 여행하는 중에 만개한 수선화를 보기 위해 간 곳이 오륙도 해맞이공원이다. 오륙도 맞은편 언덕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공원이 하늘과 바다와 꽃이 3단으로 구성된 듯한 모습으로 사진 찍기에 배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부산 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점심을 먹고 나가서 오륙도공원과 유엔공원, 두 개의 공원을 둘러보고 음악회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잘 이용한 하루였다. 문화회관에서 내려볼 때는 추모공원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걷다 보니 너무 좋았다. 공원의 규모도 크지만 묘역둘레에 조성되어 있는 이름 모를 고목이 된 수목들도 많고 한 바뀌 도는 동안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길, 향나무길의 곧은 직선의 아름다움도 있고 막 피어나는 홍매화가 잠든 영혼을 깨우듯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공원이 쾌적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유엔공원은 삶과 죽음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중앙에는 슬픔이 가득한 6.25 전사자들의 묘역이고 둘레는 산자들의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공원을 한 바뀌 돌다가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물을 채운 수반 둘레에 대리석 석판을 비석으로 세우고 전몰자들의 이름을 빼곡히 새긴 곳이 있는데 나라별로 구분해서 새겨 넣은 명단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6.25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되는 기록을 보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심각성을 느끼는 이곳에 누구나 와서 그 참상의 기록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전국 중에 터키의 희생자와 미국의 희생지가 가장 많았다. 참전국가와 전사자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모르고 있었다. 추모관에 들어가면 편지도 있고 각종 훈장이며 당시에 지니고 있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영상을 보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눈물이 난다.
아래의 글은 알지 못했던 이 공원조성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 첨부해 둔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에 있는 유엔군 전사자의 유해를 안장한 기념공원.제한유엔기념공원이라고도 한다.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하였으며, 같은 해 4월 묘지가 완공됨에 따라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되어 있던 유엔군 전물장병들의 유해가 안장되기 시작하였다. 195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을 보답하기 위해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기로 결의했다.
1951년 1월 18일에 설치된 이래, 1951년부터 1954년에 참전 16개국 전 사자 1만 1,000명이 매장되었으며, 설립 후에 많은 유해가 다시 그들의 조국으로 이장되어 2,300기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묘역에는 무덤 없는 영국연방국의 386 용사를 추도하는 기념탑, 터키와 그리스의 참전기념비, 전시장, 예배당, 사무실 및 높이 12m의 유엔군 참전기념탑 등이 있다. 199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가 토지를 영구적으로 기증하고 성지로 지정할 것을 유엔에 건의했고, 다음 달 12월에 유엔총회에서 결의되었다. 1959년 유엔과 대한민국은 유엔 기념 묘지 설치 및 관리 유지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1974년 2월 관리업무가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에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UNMCK)로 위임되었으며, 2007년 10월 공원이 근대문화재로 등록되었다.
맑은 물이 가득 담겨 있는 수반이라고 하는데 넘치는 물이 흘러내려 도랑을 만들고 도랑에는 금색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다. 둘레에는 유엔군 전몰장병 추무명이 새겨진 비석인데 영면에 빼곡히 적혀 있다. 비석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추모관, 원래는 작은 교회였다가 지금은 추모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엔군이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유엔기
목련꽃인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것과는 색상이 다른 아이보리 색이고 꽃송이도 조금 작은 편이다.
백일홍 나무가 많아서 제철에 꽃을 보면 너무 아름다울 것 같다. 꽃이 없어서 더욱 이쁘게 보이는 나무, 수형이 꽃을 능가할 정도다.
이번 부산 문화회관에서 실내악 연주와 연광철과 선우예권의 듀오 콘서트 두 개를 관람했다.
집에 있는 날은 늘 생활의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일도 하고 책도 보고 하지만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과는 달랐다. 흘려들을 때는 집중하지 못하다가 현장에서 집중하면서 감상하는 음악에는 질적으로 달랐다. 가득 채운 청중들의 고요한 집중과 박수소리의 대비의 극적인 것도 좋고 악기소리 하나하나를 구별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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