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여행처럼(부산)

반야화 2024. 3. 6. 08:53

동백꽃을 보듯 내 딸 보러 부산에 왔다.

딸부자였던 친정엄마는 동서남북에 딸을 시집보내고 여행처럼 딸네집을 찾았다니셨다. 그 옛날에도 농사로 바쁜 시골사람들은 여행이란 한가한 생각은 꿈같은 것이었지만 우리 엄마는 여행처럼 딸을 찾아다니면 동네사람들은 부러운 듯이
"남호댁은 좋겠다, 조선팔도를 다 다니고"
하면서 부러워했다. 신장로에서 엄마가 내릴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내 기억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었나 보다.
옆옆이 두 딸을 두고 살다 보니 시집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가족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별나게 살고 싶어 하는 작은 딸이 여행처럼 전국을 다 찾아다니며 국토순례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하더니 그 첫 번째의 정착지로 부산을 선택하고 부산에 근거를 두고 남쪽을 다 찾아보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다음 중부로 옮겨서 국토의 중부를 다 살아보고 싶다고 하는 못 말리는 딸이다. 그런 딸의 별난 살이에 엄마의 한 발을 올려본다.

나도 친정엄마처럼 딸을 찾아가는 여정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비로소 그 여정에 들어섰더니 바람같이 지나가는 철길 옆에는 대구를 지나자 하얀 매화와 홍매가 꽃을 피우고 나의 여정에 꽃미소를 보내고 있다. 바람 같은 기차는 어느새 부산에 도착하고 우리 모녀는 반갑
게 만났는데 부산의 바람이 많이 차다.

부산 광안리 대교가 바라보이 곳에 자리 잡은 딸네집에 들어섰는데 현관에서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집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바다로 뚝 떨어질 것 같은 거실바닥이 바다와 붙어 있고  광안대교가 창에 떡 걸쳐져 있는 것 같아서 순간 깜짝 놀랐다.

이튿날부터 딸과 함께 부산투에 나섰다. 먼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동백섬부터 찾았더니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꽃은 이미 져버렸는지 보이지 않고 떨어져 누운 검붉은 꽃잎조차 볼 수 없어서 해변길을 따라 해운대까지 약 40분 정도의 바닷가를 걷고, 해운대 블루라인 해안기차를 타고 송정까지 갔다.

엘씨티와 달맞이고개, 멀리서 바라보이는 이 두 조합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 묘하게 원경이 아름답게 보인다.

갈매기의 군무

백사장에 쉬고 있는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며 그들이 남긴 발자국 속에 내 발자국하나도 살짝 끼워 넣고 모래 속을 느리게 걷는 재미를 느꼈다.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약 30분 걸리는 해변 언덕인 블루라인 파크를 달리는 이쁜 기차가 기차를 닮은 앙증맞은 터널을 지난다.

송정역,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동해 남부선의 역, 일제 강점기에 동해안의 석탄과 목재, 광물, 해산물 등을 반출하고, 함경선과 부산과의 연결을 위하여 건설된 동해 남부선이라고 한다. 송정역은 1934년 12월 16일에 운행이 시작된 동해 남부선 철도의  간이역이다. 그 후 1941년 6월 1일에 보통 역으로 승격, 1976년 7월에 화물 업무가 중단, 2006년 12월 4일에 국가등록문화재 제302호로 등록,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고 국가등록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동해 남부선 복선전철사업으로 2013년 12월 2일 송정역은 역사를 이설하여 광역 전철역으로 전환되었고, 2016년 4월 29일 동해 남부선은 ‘동해선’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현 부산 송정역은 리모델링을 거쳐 ‘파도소리 송정역 갤러리’로  되어 있다. 이렇듯 이 작은 간이역의 역사는 많은 변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안기차

송정바다의 거센 파도가 덮친 모습

송정 죽도

날씨가 쌀쌀한데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죽도에서 보이는 송정모습

해변열차 차창으로...

기찻길 위로는 모노레일도 탈 수 있다.

송정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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