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통도사 자장매와 평산책방

반야화 2024. 3. 8. 22:26

작년 2월 하순에 성급하게 통도사를 찾았다가 일주일만 더 있다가 왔으면 너무 좋은 자장매를 볼 수 있었겠다고 했던 아쉬움이 있어서 올해는 3월 초순에 다시 찾았더니 이번에는 일주일만 더 빨리 왔으면 완벽했겠다는 아쉬움을 또 남겼다. 완벽하면 또 다른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완벽을 기대하기보다는 완벽을 기대하는 마음이 어쩌면 더 큰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낱개의 꽃잎은 시들었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아름다움과 색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거리의 차이로 내가 기대했던 완벽의 미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절간의 기와지붕과 너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붉은 매화와 분홍매화가 겹쳐 보이는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그림같이 이쁘다. 그 외에도 통도사는 역사의 깊이와 영축산 위용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서 언제 찾아도 만족한 사찰이다. 그리고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절밥을 먹었다. 그곳에 공양간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비빔맛을 맛있게 먹은 것도 좋고 무엇보다 모녀가 함께한 여행이고 아름다운 통도사의 봄을 딸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왔다 간 흔적을 남겨둔 고목의 엄청난 몸통에서도 통도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통도사를 돌아보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평산책방에도 찾아갔다. 통도사 입구에서 오른쪽 마을길로 약 40분간 걸으면 평산책방이 나오는데 경호구역 밖에는 여전히 듣기도 민망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책방은 나지막하고 작은 집이다.
책방 옆에 붙어 있는 찻집에서 차 한 잔을 사서 아래에 있는 쉼터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따뜻한 봄을 느끼며 책장을 뒤적이는 한가로움을 즐기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 나왔다.

정원인 쉼터.

책방에서 책 두 권을 사서 마을을 한바뀌 돌았는데도 사저를 볼 수 없었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있지만 뭔가 주민들 거처보다는 눈에 띄게 다른 부분이 있겠지 싶어서 살펴봤으나 볼 수 없었다.그만큼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사저를 지은게 아니라 특별하지 않게 소박한 게 아닐까 추측만 했다.

그분의 성품으로 봐서 주민들보다 튀는 게 싫어서 평범한 농사꾼처럼 살고 싶었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산골짜기 구석진 곳이었다. 양산시내도 아니고 영축산 아래 작은 농촌마을이었다.

대한민국 멋진 곳을 다 놔두고 어찌 이런 곳에 찾아들어 살까 싶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1번지에서 살던 분이 가장 낮은 곳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려는 분을 그냥 좀 놔두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히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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