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빛나는 오월

반야화 2025. 5. 2. 10:13

빛나는 오월의 아침이 찬란하다.
아침해가 내방 창을 노크를 해야 느지막이 일어나던 내가 어젯밤부터 생각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맑음이다 지금 비 내리고 뿌옇던 꽃가루 다 씻겨나간 말간 아침이 어떨지 이미 알기에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가 잠기면 마치 내가 숲의 푸르름에 흡수되어 맑은 공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오래도록 숲의 일부로 앉아 있다.

나의 오월은 참 특별하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오월 속에 있고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도 오월 속에 간직되어 있어 오월이 되면 일분일초가 흘러가는 것이 슬픔이 된다. 어느 휴양지에서의 그날, 숙면에서 깨어나 창을 열었을 때의 눈부신  아침과 윤기 흐르는 잎새들의 반짝임이 일던 오월의 아침을 난 얼마나 좋아했던가!!

해마다 오월이 되면 잊을 수 없는 사람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시간들이 모든 현상을 지워버리고 오직 오월의 아름답던 추억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며 난 어느새 심중 깊은 그날의 오월 속을 뛰어다니고 있다. 내 가장 빛나는 추억이 오월 속에 묻혀 있고 그리운 것들도 다 오월 속에 살아있다. 사계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나의 오월이 찾아와 얼마나 빛나는지 금방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나는 오늘도 그날처럼, 그러나 둘이 아닌 혼자의 오월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것도 참 좋다.

오늘도 그날처럼 맑고 빛나는 오월의 시작이다. 매일 이런 아침만 주어진다면 내 남은 인생은 그날처럼 가장 해복했던 그날의 추억 속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데...
숲에는 오월을 느끼기에 딱 맞는  바람이 일고  상념에 잠겨 지나간 세월에 녹아있는 추억을 꺼내 느끼기에 충분한 숲 속의 시간을 즐긴다.

숲 속 벤치에 한참을 가만히 귀 기울이며 우듬지 그네를 타는 흔치 않은 새소리가 들여오고  바람에 부대끼는 나무들의 삐걱이는 소리도 너무 좋다. 하늘은 푸르고 잎들은 유난히 반짝이는데 저 실바람들은 암술과 수술이 만나도록 살살 꽃잎을 간지럽히는 랑데부를 조성하며 바람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빛나는 오월을 잡을 수 없어 오늘도 내려가지 못하고 숲만 서성인다.

지난 춘설에 찢긴 소나무는 허연 속살을 드러나고 죽어가는  몸에서 처연한 향기를 뿜어내는데 죽음의 과정이 저토록 달콤한 향을 낼 수 있다니, 소나무는  끝까지 모든 걸 다 주고 떠나는 모습이 너무 숭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