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저수지다. 위양이란, 양민 즉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저수지 물로는 농사를 지으면서 제방에는 왕버들과 이팝나무를 심어 물속의 완재정과 함께 그림 같은 풍경이 되도록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선경지명이었던 것 같다.저수지 둘레는 약 1킬로미터 정도가 되는데 둘레에는 왕버들이 물 쪽으로 처지면서 온몸에 시멘트 옷을 기워입은 것이 가난한 선비 같은 모습으로 오랜 세월 동안 완재정 한 곳을 지키고 있는 듯해 보인다.
시골로 어떤 풍경을 찾아갈 때 가장 힘든 것이 대중교통편이다. 나올 때는 시간을 맞춰서 놀다가 나오면 되지만 들어갈 때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친구와 둘이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약 20분 걸린 것 같고 요금은 15,000천 원 정도였다. 밀양은 볼거리가 많아서 주말에는 차가 많이 막히는 편이다. 도착했더니 차들이 너무 많아서 길에도 빈 곳이 없었다. 작은 저수지 꽃이 수많은 인파를 불러들여 조용하던 농촌이 한철 인파가 봄의 아름다운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

참 오랜만에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밀양으로 가는데 낙동강 물길 따라 가는 철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더 좋았던 오월의 여행길이 몸은 차 안에 있지만 마음은 낙동강에 머물러 있었다.

물속의 완재정, 완재정은 안동권 씨 위양 종중의 입향조인 학산 권삼변을 추모하기 위해 1900년에 후손들이 위양못 속에 지은 정자다. 신라시대에는 다섯 개의 섬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완재정만 남아 있다. 처음에는 배로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이쁜 다리가 놓여 있어서 편하게 드나든다. 정자 들레에는 고목이 된 이팝나무가 둘러싸고 있는데 때가 조금 늦어서 지금은 물에 하얗게 떨어진 꽃잎도 너무 보기 좋았다.
요즘은 어디서나 이팝나무를 볼 수 있지만 이곳의 이팝나무는 마치 이팝의 어른 같은 귀티 나는 고목이다. 이팝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어릴 때 친정아버지가 이야기 한 소절처럼 들려주셨다. 보리밥도 먹기 힘들던 가난한 백성들에겐 하얀 낱낱의 꽃잎이 마치 흰쌀밥(이밥)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밥은 조선시대 이씨들만 먹는 밥이라 해서 이밥이라고 불리다가 이팝으로 변했다는, 나에 개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완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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