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사의 새벽 풍경
간절한 염원으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 문 나서보니 선잠 깬 옥잠화는
새벽이슬 꼭 깨물고 예쁘게 터진 꽃잎
상큼한 향으로 공양을 드리고
경내는 꽃 향으로 취한 듯하다.
젖어드는 새벽안개 옷자락을 적시며
종각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 저 린발을 풀고 있는데
선도산 품 안에 노니는 장뀌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수묵화 같은 경내 풍경에
도취된 마음으로 사방을 눈 속에 넣고 보니
어느새 계곡도 깨어나 물소리 가락 지으며 흘러내리는구나.
새벽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에 눈떠보니
간밤에 성불이라도 한 것처럼 꽉 찬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 하는데 아직도 스님의 하얀 고무신은
범종소리로 새벽을 깨운 힘겨움에
외로워만 보이고 공양간엔 구수한 내음이
시장기를 돋우는구나.
* 1993년 철야 신중기도드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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