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금선사의 새벽풍경

반야화 2008. 5. 31. 15:17

 

금선사의 새벽 풍경

            

간절한 염원으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 문 나서보니 선잠 깬 옥잠화는

새벽이슬 꼭 깨물고 예쁘게 터진 꽃잎

상큼한 향으로 공양을 드리고

경내는 꽃 향으로 취한 듯하다.

 

젖어드는 새벽안개 옷자락을 적시며

종각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 저 린발을 풀고 있는데

선도산 품 안에 노니는 장뀌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수묵화 같은 경내 풍경에

도취된 마음으로 사방을 눈 속에 넣고 보니

어느새 계곡도 깨어나 물소리 가락 지으며 흘러내리는구나.

 

새벽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에 눈떠보니

간밤에 성불이라도 한 것처럼 꽉 찬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 하는데 아직도 스님의 하얀 고무신은

범종소리로 새벽을 깨운 힘겨움에

외로워만 보이고 공양간엔 구수한 내음이

시장기를 돋우는구나.

 

* 1993년 철야 신중기도드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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