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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하숙집

내가운영하는 하숙집,             간판 없는 하숙집에 어김없이 찾아드는 어여쁜 아가씨들 하숙비에 비하면 난 너무 한가해양식도 필요 없고잔소리도 필요 없어 아침저녁 문만 여닫으면 돼그러나 꼭 준비 해둘 건욕실과 거울과 옷장이야 양식도 안드는데이것마져 없다면 아마 다 떠나버랄 걸 그나마 붙들어 둘려면 최소한의 머리카락은 치워줘야 해그래도 이쁜 하숙생인심좋은 아줌마결혼도 시켜줘야지 한끼도 필요없던 밥백마탄 왕자님 오시는 날상다리 튼튼한 교자상 준비 해야지.

living note 2007.06.11

지난 세월 돌아보니...

도전하는 진통                   밀페된 작은공간터질듯이 들려오는 내 딸의 진통소리애써 못들은 척 왜면 하려도저려오는 엄마 마음 알리 없겠지 그것은 네가 태어날 때 토해내던엄마의 진통소리였다.아픔뒤에 예쁜 너를 보았 듯이넌 한번 괴성을 지르고 나면신기하게도 누에가 실을 토하듯술술 풀리는 난제의 성취감을즐기며 요란스런 딸이었다. 너에 희망은 엄마의 희망이고너에 행복은 엄마의 행복이자우리 집안의 행복인 걸 너를 위한다는 핑계로너를 힘들게 한건 아닌지 소문난 서울 강남 팔학군지방에서 일등만 하는 너를이곳에 들여놓고그 영광 이어가길 속내를 감추고지켜보는 이 엄마를훗날  너에게 원망만 없다면만족하련다.                                     1993.1.10일  강남에 도전하..

living note 2007.06.01

천사의 낮잠

천사의 낮잠 두 볼엔 홍조를 띠고 미소를 머금은 채 잠들어 있네 무슨 꿈 그리도 영롱한지 아직도 두 볼엔 보조개가 고여 있구나 새가 되어 날아라 구름 되어 떠가라 숨소리도 멎은 채 단풍 같은 손가락이 떨고 있구나 무서운 꿈이었나 초승달 같은 눈썹이 꺾어져 있네 아이야 시원스레 숨을 토해라 옆에는 엄마가 지키고 있단다. 막내딸 아가일 때 잠자는 모습. 더보기

living note 2007.05.23

크로바의 설움

크로바의 설움 나 좀 봐주세요. 나도 꽃이랍니다. 머잖아 잡초와 함께 잔디 깎는 기계에 베일 운명이어서 서럽답니다. 아이들이 제 목을 한웅큼 뽑아 쥐고 다녀도 아무도 "꽃을 왜 꺾니" 하고 나무라지도 않고 저의 네 잎짜리 이파리를 찾는다고 마구 짖밟고 다녀도 아무도 꽃을 밟는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이래 봬도 저도 백합 같은 향기도 있답니다. 서럽지만 한 가닥 위로라면 사랑하는 연인들 손목에 시계가 되고 손가락에 꽃반지가 될 때만 꽃이 되어요 관리원 아저씨, 잠시동안 만이라도 절 잡초로 취급하지 마시고 지켜주세요. 내 잎이 시들어 축축 처져 누렇게 변할 때 까지만요. 제 친구 때죽꽃을 좀 보세요 전 부러워요.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피어 있지만 때죽꽃을 만나기 위해 높은 사람들도 모두 엉덩이를 내밀고 엉..

living note 2007.05.22

내인생의 지침서

보와삼매론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

living note 2007.05.16

정신이 빠진 육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몸에서 정신을 빼고 나면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아무 소용없는 그저 온갖 오물이 가득 찬 가죽 푸대란다. 거기다가 마음까지 추악함으로 들어 있다면 오물의 무게가 좀 더 나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죽 푸대에 영혼을 불어넣고 기가 차면 인간이란 모습으로 돌아온다. 인간이란, 가죽 푸대를 갈고닦아 그 모습을 치장을 하고 나서 서로 잘났다고 뽐내고 재주가 부족하면 못난 걸로 인식한다.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마음이 뇌에 있다고도 하고 가슴에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잠시 마음이 육체를 지배하다가 떠나버리면 그저 물질일 뿐이다 물질과 기운이 합쳐졌을 때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몸무게라고 하는데 난 기운이 다 빠져버린 아니 다..

living note 2007.05.12

내 고향 안동에는....

고향이 그리운때, 지금쯤 내고향 들녘에는 하얀 사과꽃이 눈처럼 떨어지고 순백으로 덮힌 사과꽃눈 위로 일년동안 녹아내릴 육체의 고통이 퍼어런 멍자욱을 남기리라. 서울이 친정인 올케는 시골로 내려가고 시골에 살던 나는 서울로 올라와 우린 처지를 바꾸어 생활을 하고있다. 부모님이 계실때는 집안일만 하던 올케가 서툰 일손으로 이제 '내차지구나' 하고 묵묵히 농사일을 이겨 나가는 모습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사과 한알이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손을 요구 하는지 다닥다닥 붙은 알맹이들을 아깝지만 적과라고 해서 따내야 하고, 좀 굵으면 봉지 씌워야 하고, 수없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열매들이 여름 한 철 태풍을 무사히 이겨내야 결실로 얻을 수가 있다.농사일이란 게 다 그렇지만 사과농사가 결실..

living note 2007.05.11

그리운 금선사

선도산 산 그림자 고이 내려 앉을쯤 멀리 충효마을 종소리 여울지고 귀가 시리도록 청아한 스님의 염불 소리 사바를 넘어 천상을 넘나드네. 그 옛날 오두막 산사 일으키시려 아스라이 졸고 있는 촛불 새벽을 밝히시며 고독한 정진 하실 적에 부처님 마음 감응하시어 옥 촛대도 눈물 되어 흘리셨다네. 그 뜻 결실되어 반듯한 기외 집에 고운 단청 입으시고 사방엔 꽃향기 풀향기로 공양 받으시는 부처님 전에 두 손 합장하고 법당에 들어서면 삭발하신 그 자리 비단 같은 모습으로 목탁 쥔 채 오체투지 힘겨운 백팔배에 구도를 향한 외로운 모습 뵐 때 비련의 여승 같은 뒷모습이 애처로움마저 들지만 가사장삼 벗고 나면 여장부 같은 우리 스님 따사로운 인정 넘치심에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오늘도 금선사 송림길로 들어섭니다. **199..

living note 2007.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