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35

사계절 그림 넉 장에 놀다 보니...

그림 늑장에 놀다 보니    빛살 곱고 단풍이 고운 계절, 가을.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아름답게만 떠나지는 않는 것 같다.해마다 되풀이되는 나의 그림 늑장이 속에 놀다 보니 청춘은 가고 살갗엔 밭이랑 같은 주름과더러는 이별의 상처자국도  남는 걸 보면 봄에는 꽁꽁 닫아 두었던 마음문까지 열리고새로운 꽃바람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다가가을이 되면  쓸쓸해지는 것은 세월의 깊이만큼 인생의 깊이도 기울어 가는 느낌 때문이리라.아직 한 철이 더 남았건만......... 겨울이야 마음까지도 월동준비를 하고다음 해는 더 좋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기다림의 시간이기에 묵묵히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아직 청춘의 초입 같은데내 인생의 하늘은 어느새 해가 중천을 지나서쪽으로 기울고 있어, 그렇지만 석양의 노을만큼은누구보..

living note 2008.10.09

소고기파동과 촛불집회

암담하다. 끝이 안 보인다. 세상은 지금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입구도 출구도 온통 미로 같기만 하다. 구석구석에서 못 믿겠다,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구호로 나타나는데 구호마다 옳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 7080 민주화를 겪으면서 그 혼란한 시기에도 이토록 한 마음을 이룬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촛불을 들고 한마음으로 모였다. 그때는 세상이 어두워 은폐 속에 보도되는 언론매체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밝혀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현장 목소리를 바로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세상이 되었구나 싶다. 이런 세상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왜곡된 주장으로 민심을 바로잡기는 더더욱 역부족이다. 이럴 때는 다수의 여론..

living note 2008.06.10

금선사의 새벽풍경

금선사의 새벽 풍경 간절한 염원으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 문 나서보니 선잠 깬 옥잠화는 새벽이슬 꼭 깨물고 예쁘게 터진 꽃잎 상큼한 향으로 공양을 드리고 경내는 꽃 향으로 취한 듯하다. 젖어드는 새벽안개 옷자락을 적시며 종각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 저 린발을 풀고 있는데 선도산 품 안에 노니는 장뀌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수묵화 같은 경내 풍경에 도취된 마음으로 사방을 눈 속에 넣고 보니 어느새 계곡도 깨어나 물소리 가락 지으며 흘러내리는구나. 새벽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에 눈떠보니 간밤에 성불이라도 한 것처럼 꽉 찬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 하는데 아직도 스님의 하얀 고무신은 범종소리로 새벽을 깨운 힘겨움에 외로워만 보이고 공양간엔 구수한 내음이 시장기를 돋우는구나. * 1993년 철야 신중기도드린 날

living note 2008.05.31

어머니께

어머니의 여생 앞에 어머니, 당신 가슴은 나의 고향이십니다. 뚝딱뚝딱 소우주 다 채워주시던 도깨비방망이 셨습니다. 세월 속에 제행무상 아닌 것 없다지만 80년을 간직하신 고사목이 다 되셔도 자식에겐 아직도 상록수이십니다. 생주이멸의 섭리 앞에 나의 고향은 정녕 허물어질 것인지 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단말마 되어 나에 가슴을 찢어놓는다. 풍전등화 같은 나의 고향이시여! 잠시라도 잠시라도 한 방울의 기름되어 오래오래 타소서. 1993.5.8일 친정어머니 별세하시기 직전에 씀

추억의 공간 2008.05.08

고향 친구와 두 번째 약속

친구들에게`친구` 하면 분야별로 다르기도 하고 갈래가 많지만, 가장 친구다운 것은 역시 유년을 같이 보낸 고향친구인 것 같다. 우리가 일 년 전에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똑같은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젠 우리 모두 여유로울 시간이건만 그런데도 만나면 시간에 쫏기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있는 많은 고향 선후배와 함께 모이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생각돼서 연중행사가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었지만 이번 모임에서 보았 듯이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조촐하지만 대접을 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함께한 시간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아니야 오히려 바쁜 일손 접어두고 우리를 반겨주고 오히려 대접받는 꼴이 되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어..

living note 2008.04.28

저항 없는 테러

나는 꽃피우고 싶다.나는 잎 피우고  싶다. 긴 잠에서 깨어 이제 겨우 눈뜨고 목을 축이는데어디선가 공포스러운 발자국 소리,험상굳은 얼굴, 그로데스크 한 연장을 휘두르며다가오는 저 소리는 테러의 전조증이다. 나는 저항할 수 가 없다.아닐 거야, 저이는 깊은 수면 중에 헝클어진내 머리를 정리해 줄 이발사 일 거야.혹시 돌팔이 정형외과 의사면 어쩌지? 가끔은 어깨너머로 배운 이발실력으로내 친구들의 머리를 망쳐놓아 칠득이를 만들어 놓더니,그나마 그 정도면 양호하지~~어떤 이는 낙재생 정형외과 전공자인지낙재한 실력으로 내 맘과는 상관없이함부로 팔다리를 다 잘라놓고 낙재한 엉터리 실력이남의 탓 인양 분풀이를 해대고 있다. 나는 늦가을이 제일 좋다.벌레 먹다 남은 볼폼없는 성가신 잎들을 다 떨 거 내고홀연히 깊이 ..

living note 2008.04.02

인연의 원리

세속에서 흔히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라는 말을 한다. 인연이란? 물질 구성에서 보면 한 가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한송이 꽃이 피기 위해선, 햇빛과 물과 공기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고 내가 있기 위해선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연이 있어야 내가 있듯이 어느 것 하나도 오로지 `이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연은 여러 조건을 갖추어서 생성되는 것이고. 인연이 다하면 멸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인연이 다하면 신체를 이루고 있던 구성 요소가 다 흩어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음은 인연이 일어나는 원리를 질서 있게 엮어놓은 열두 가지의 인연법을 12 연기법이라고 하며, 인연이 소멸해 가는 인연의 역행 법으로도 잘 정리되어있다. 12 연기(緣起) : (1) 무명(無明), (2) 행(行)..

기타 2008.03.09

블로그의 그물 속에서 한 해를 보내다

송구영신의 때다.누가 한 해를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블로그의 그물 속에서 잡힌 줄도 모르고 빠져나갈 줄도 모른 체 마냥 행복한 물고기처럼 살았다고 해야겠다. 블로그란 거대한 그물망에 블로거들은 하나하나의 마름모를   형성하는 그물코다 그래서  결론은 " 하나가 여럿이고 , 여럿이 하나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화엄세계의 원리`인데 블로그란 그물망은 하나지만 그 속에 무수한 그물코를 형성하고 있으니 여럿이라고 할 수 있고 여럿 같지만 하나의 그물코를 들어 올리면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으니 하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몇 번씩 들려다 보고 이집저집을 함부로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다 손님이 된다. 또한 허락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언제나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living note 2007.12.13

고향 산천

어느새 오늘이 입동이다. 해마다 맞이하고 보내고 순환하는 계절이지만 그  계절이 내게 어떤 빛깔을 남기고 가느냐에 따라서 다시없는 날들로 기억되곤 한다. 나에게 있어 올 가을은 지나온 숱한 가을 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묻어두고 싶은 행복한 가을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그동안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다. 만약에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발버둥치며 원망하며 살았을까.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한 내 자리니까 그 책임을 다하고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오직 그 마음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많이 져버리기도 했고 주위를 돌아볼 마음을 쓰지 못한 채 덧없는 세월에 편승해 친구도 모르고 살아왔던 세월이었다. 올 가을..

living note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