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는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마는 계절같이 원하지 않아도 늘어나는 나이테같이 그것을 흐르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거스르고 싶은 마음속에는 오롯이 세월이 쌓이고만 있다. D데이에 동그라미를 쳐 놓고 기다리는 시간에도 쌓여있고 무심한 낚싯대에도 세월은 쌓이는 것이라고, 그렇듯이 세월은 흘러 없어지는 게 아니라 보물도 아닌 것이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것에 대해 잡지 못하는 세월에 대한 변명을 해 본다.
한가족이 집안을 채우고 살 때는 작기만 하던 공간들이 방 임자들이 하나씩 떠나고 나니 필요치 않은 물건들만 버림받은 모양새로 퇴물이 되고 가져가라 해도 버리고 간 것들 어쩌면 남은 나같이 보이기만 하는데 이제 물건에 대한 집착은 버릴 때가 온 것 같구나.진열하고 싶은 것도 감상하고 싶은 것도 필요 없어 텅텅 빈체로 더 비워내면서 마음만 가꾸면서 살 때다. 무기수들이 세월을 보내는 방법은 월초에 한 달을 빗금으로 그어 버리고 하루에는 아침에 빗금을 그어버리면서 산다고 한다. 그들에게 세월의 개념은 없애버리는 시간인가?자유가 주는 소중한 시간들을 우리는 연말에 일 년을 빗금 긋고 저녁에 하루에 빗금을 그으면서 참으로 아끼면서 살아야 할 때 이기도 하다. 중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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